KPGA 내홍, 안상수 전 시장 영입발표에도 혼란 계속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2-03-09 19:54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진통이 해를 넘기고 있다. 지난해말 두 파로 나뉘어 회장 선거에서 격돌했는데 이번에는 외부인사 영입을 놓고 또 대립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KPGA는 이명하 회장(55)을 새 수장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이 회장을 뽑은 이유는 외부인사 영입 약속 때문이었다. 류 진 풍산그룹 회장을 등에 업고 선거에 나섰지만 류 회장은 본인의 뜻과 다르게 선거가 과열되자 고사했다. 이후 이명하 회장측은 대안없이 류 회장을 설득하겠다며 허송세월 했다.

답보 상태에서 지난 겨울 이 회장은 주니어 골퍼들을 이끌고 3개월 가까이 레슨을 위한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행정 공백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이사회에서도 외부인사 추대를 놓고 격론이 계속됐다. 지난달 29일 이사회 이후 KPGA는 두 파로 나뉘어 대립중이다.

이명하 회장을 따르는 측과 임진한 프로를 중심으로 한 반대파.

이명하 회장은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밀고 있다. 임진한 프로(협회 이사)측은 전윤철 전 감사원장을 회장 후보로 내세웠다. 오는 14일 이사회에서 후보 발표를 할 예정이었으나 9일 이명하 회장은 안상수 전 시장을 영입했다며 공식발표를 했다. 임진한 프로를 비롯한 과반을 점하는 이사진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협회 규정과 이사회 결정 사항을 뒤집었다는 주장이다. 임진한 프로는 "말도 안되는 처사다. 지난 이사회에서 외부인사 영입의 전권을 내게 맡겨놓고 약속없이 발표를 했다. 이사들이 반발하면 협회가 또다시 이전투구를 한다는 나쁜 여론을 형성될 것을 역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사진 총사퇴, 회장 직무정지 요청 등 강경 목소리가 높다.

이 와중에 이명하 회장은 애매모호한 일처리로 의혹을 사고 있다. 외부인사를 영입한 뒤 백의종군 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최근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사장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선거 당시 류 진 회장의 대리인(?) 자격으로 출마했는데 다른 욕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또 안상수 전 시장의 프로필을 이사회에 내놓을 때 필요 이상으로 경력을 부풀리기도 했다. 안 전 시장의 프로필에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 실질 소유자'라는 표현을 명기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단순 실수라고 하기엔 오해 소지가 너무 크다. 문제가 되자 서둘러 프로필 문건을 회수하기도 했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의 경우 모 방송국 고위층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는 점 때문에 말이 나온다. KPGA가 필요 이상으로 방송 중계권을 놓고 휘둘릴 수 있다는 얘기다.

누가 됐든 지난해 선거 당시 강조된 것처럼 대회를 직접 주최하거나 유치할 수 있는 기업가는 아니다. 정치관료 출신이 대회 유치 능력은 충분하다고 해도 본질과는 차이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협회는 올시즌 일정조차 짜지 못하고 있다. KPGA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에 휩싸여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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