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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PGA]'아뿔사' 인비테이셔널대회에 이런 일이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12-11 12:14


10일 스윙잉 스커츠 2011년 대만여자프로골프(TLPGA)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를 마친 최나연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타이페이=KLPGA

세계랭킹 1위이자 호스트인 청야니(대만)를 비롯해 최나연(24·SK텔레콤) 신지애(23·미래에셋) 유소연(21·한화), 폴라 크리머, 크리스티 커, 스테이시 루이스(이상 미국) 톱랭커들이 대거 출전한 이벤트성 미니 LPGA 대회, 스윙잉 스커츠 대만여자프로골프(TLPGA) 인비테이셔널. 출전 선수들의 면면이 화려한만큼 대회 기간 내내 화제가 연발하고 있다. 선수들의 입에서 '아뿔사'라는 말이 터져나올 만한 일들이다. 과연 TLPGA 인비테이셔널에서는 무슨 일들이 벌어졌던 것일까.

화제의 주인공은 대만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세계랭킹 4위 최나연. 그는 아무래도 대만 타이페이 미라마르골프장의 6번홀(파5)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한 대회에서 한 번 나오기도 어려운 아웃오브바운스(OB)'를 한 홀에서 두 번이나 냈다. 길고더 험했던 10일 2라운드 6번홀의 상황을 살펴보자. 이틀 내내 비와 강풍이 분 악천후 탓에 최나연은 6번 티잉그라운드에서 바람 방향을 체크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슬라이스성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그의 결론은 드로샷(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살짝 휘어지는 샷). 오조준으로 바람을 이용해 페어웨이를 공략했다.

'아뿔사.' 예상과는 달랐다. 드로샷은 바람을 뚫고 페어웨이 왼쪽 OB구역에 떨어졌다. 두 번째 시도한 티샷도 같은 곳으로 향했다. 정상적으로 친 세 번째 티샷만에 페어웨이 공략에 성공한 최나연도 황당했는지 웃음만 지었다. 2라운드 후 기자회견에서 최나연은 "바람이 미쳤다(Crazy)"고 표현했다. 하지만 LPGA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최나연의 멘탈은 강했다. 평상심을 되찾더니 5번째(벌타까지 9번째)샷만에 홀인에 성공하며 쿼트러플보기로 마쳤다. 이후 나머지 홀은 완벽했다.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낚으며 2라운드를 이븐파 72타로 마무리했다. 기자들이 묻기도 전에 6번홀 얘기를 먼저 꺼낸 최나연은 "처음에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캐디가 용기를 줬다. 10홀 이상 남았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고 밝혔다. 황당하다는 듯 웃으며 에피소드를 한 가지 더 자진납세했다. "숲으로 가서 공을 찾고 있는데 내 공을 발견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연습 라운드에서 잃어버렸던 공이었다."

대회 첫날에는 오싹한 일이 벌어졌다. 9일 열린 1라운드 아뿔사'의 주인공은 대만의 에이미 홍. 청야니가 등장하기 전에 TLPGA 무대를 주름잡던 에이미 홍은 15번홀(파4)에서 숲에 빠진 공을 찾다가 화들짝 놀라 뒤로 자빠질 뻔 했다. 공 바로 옆에 있던 1m 길이의 뱀이 에이미 홍을 보자 고개를 들며 위협적인 자세를 취했던 것. 놀라서 멀리 도망친 에이미 홍은 경기 위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결국 벌타 없이 드롭을 해 경기를 속행할 수 있었다. 공은 뱀에게서 멀어졌지만 놀란 마음은 달래지 못했나 보다. 더블 보기로 15번홀을 끝낸 에이미 홍은 이날만 12오버파를 쳤다. 2라운드를 3오버파로 막았으니 1라운드의 부진을 뱀 탓으로 돌릴 수 밖에. 에이미 홍은 9일 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뱀이 나를 무는 줄 알았다. 뱀을 본 건 처음이다. 내 생애 최악의 스코어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 소식을 접한 미라마르골프장의 관계자는 "산을 깍아 만든 골프장이라 뱀이 종종 출몰한다. 그래도 선수가 플레이 중 뱀에게 공격을 당한 건 처음이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타이페이=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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