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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좋다지만 최경주는 이날 힘들었다. 툭하면 셋업된 자세를 풀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린이든 페어웨이이든 우즈의 퍼트나 샷만 끝나면 아무 생각없이 이동하기 시작하는 갤러리 때문에 최경주는 샷을 풀고 갤러리가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했다. 우즈의 경호를 위해 경찰과 경호원들은 몇명씩 따라다녔지만 정작 갤러리를 통제할 진행요원은 없었다. 십수 년 전 한국에서 벌어진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치고나면 외국 선수는 치거나 말거나 아무 신경쓰지 않던 시절을 연상될 정도였다.
하지만 최경주는 잘 참았다. 그러던말던 신경 쓰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으나 아무래도 게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경주는 "여기가 타이거 우즈의 동네이니 참을 수밖에 없다. 예전 같으면 화도 났겠지만 이제 이 정도는 용납할 만하다"고 여유를 보였다.
그린 바로 앞에 연못이 있는 이 홀에서 최경주는 첫 티샷이 짧아 물에 빠진 데 이어 드롭 지역에서 친 세 번째 샷마저도 짧게 치는 바람에 또 물에 빠져 쿼드러플 보기, 무려 7타, '양파+1'을 한 셈이다. 홀까지의 거리는 189야드. 7번 아이언으로 친 첫 티샷은 물론, 95야드를 남겨놓고 드롭지역에서 샌드웨지로 친 세 번째 샷이 모두 그린에 미치지 못했다.
최경주는 "바람이 있긴 했는데 공중에서 공에 영향을 줄 정도로 강하게 부는 줄은 몰랐다"면서 "이 홀서 지금까지 한 번도 물에 빠트린 적이 없어 드롭 지역에서 친 게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우즈도 물에 빠뜨리는 바람에 더블보기를 범했지만 남은 홀이 몇 개 없어 최경주로서는 복구하기가 힘들었다.
이날 1오버파 73타를 치는 바람에 최경주는 합계 5언더파 139타로 이날만 5타를 줄인 매트 쿠차(미국)와 함께 공동 2위로 한 계단 밀려났다.
대신 이날 이글 2개에 버디 4개, 그리고 보기 3개를 범한 타이거 우즈가 5타를 줄여 중간합계 8언더파 136타로 단독선두에 나서며 지난해 연장에서 패한 복수를 할 태세다. 사우전드오크스(미 캘리포니아주)=이사부 기자 golf@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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