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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첫 승 박희영, 스포츠 DNA 집안 울렸다

기사입력 2011-11-21 13:54 | 최종수정 2011-11-2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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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 스포츠조선 DB

박희영(24·하나금융)이 21일(한국시각)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에서 우승한 뒤 곧바로 전화를 돌렸다. 오늘날의 박희영을 만든 '골프 대디'.

박희영의 아버지 박형섭 대림대 사회체육과 교수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딸 아이가 마음고생 많았죠. 87년생은 혼자라서 동료도 없고, 1년 후배인 (최)나연이, (신)지애는 우승도 척척하는데. 그거 보면서 많이 힘들어했죠. 우승을 하려고 해도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요."

200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신인왕 박희영은 어릴 때부터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2003년부터 국가대표를 2년간 지내며 아마 무대를 평정했고, 프로로 전향하자마자 국내에서 척척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미국 진출을 선언했을 때 주위에서도 다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박세리의 뒤를 이을 선수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4년간의 침묵, 그리고 우승. 오랜 시간을 돌아 원하던 결과를 얻은 박희영에게는 자부심을 가질만한 '스포츠 집안 DNA'가 흐르고 있었다. 아버지 박형섭 교수는 다부진 체격의 싱글 핸디캐퍼 아마 고수. 할아버지인 박길준 옹은 한국 체육학 1세대 학자다. 외할아버지도 장타자로 소문난 골프 애호가였다. 여동생도 프로골퍼다. 박희영은 11세에 아버지를 따라 골프연습장에서 스윙을 배운 뒤 본격적으로 골프에 뛰어들었다. 어머니 한경숙씨는 불만이 많았다. 미술이나 음악같은 좀더 부드러운 분야로 진출해 주길 원했다.

하지만 박형섭씨는 "어릴 때부터 또래보다 몸이 컸다. 유연성도 좋고, 지구력도 좋았다. 운동을 시킬 생각이 없었지만 본인 애착이 컸다"고 말했다.

박희영의 여동생 박주영(21)은 2010년 큐스쿨을 통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1부투어에 데뷔했다. 올해 만족스런 성적이 나오지 않아 22일부터 KLPGA 투어 큐스쿨 최종전을 또 치른다. 이날 우승한 박희영은 "큰 시험을 앞둔 동생에게 동기부여가 됐으면 좋겠다. 아버지에게는 미국에 오지말고 동생을 챙겨달라고 했다"며 자매애를 과시했다.

둘다 프로골퍼여서 좋을 법도 하지만 박형섭씨는 손사래를 친다.

"둘째가 '나도 골프 하겠다'고 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희영이 골퍼시킬 때 엄청나게 힘들었다. 그 생활이 머리 속에 떠오르니 아찔 했다."

골프는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다. 금전적인 어려움으로 가계도 휘청했다. 동생 주영은 어릴 때부터 골프 잘하던 언니 희영에게 부모님의 사랑이 집중되자 오기로 골프를 배웠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골프는 자매를 하나로 묶었다.

자매의 통화 주제는 늘 골프다. 대회 때 서로 캐디백을 메기도 한다.

이날도 박희영은 우승 직후 집에 전화를 했다. 짧은 통화였다. 박희영이 하도 울어 말을 제대로 못해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어머니도 울고, 동생도 울었다. 박형섭씨도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 눈물이었다"고 말했다.

1m69의 신장에 체격좋은 박희영은 하드웨어 측면은 최고였다.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는 259.5야드로 LPGA 투어 전체 15위다. 양희영이 260야드로 전체 14위인데 한국 선수 중에선 두번째다. 재미교포 미셸 위는 267야드로 전체 3위다. 박희영은 아이언샷도 좋고, 스윙도 깔끔하지만 우승만 없었다. 결국 퍼팅과 집중력이 남은 퍼즐이었음이 입증됐다.

이날 박희영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그랜드 사이프레스 골프장에서 끝난 대회 마지막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이며 합계 9언더파로 우승했다. 공동 2위 산드라 갈(독일)과 폴라 크리머(미국)를 2타 차로 제쳤다. 우승상금은 50만달러(약 5억7500만원)다. 올시즌 내내 벌었던 35만1781달러보다 많다. 최나연은 합계 6언더파 공동 4위를 차지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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