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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소리 사라진 코스. 최경주, 갤러리 문화 바꿨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1-10-20 13:50


◇1라운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는 최경주. 사진 제공=CJ인비테이셔널 조직위



◇20일 1라운드 1번홀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는 최경주. 사진 제공=KGT


'코리안 탱크' 최경주(42·SK텔레콤)가 한국 골프 갤러리 문화를 바꿨다.

20일 경기도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골프장 대회 코스에서는 휴대전화 벨소리와 휴대전화(디지털 카메라) 셔터소리가 사라졌다. 최경주 초청대회인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최경주 CJ인비테이셔널'1라운드에서는 선수들의 숨소리만 들렸다.

최경주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이 휴대전화 벨소리 등 소음과 싸워야하는 갤러리 문화를 바꾸고 싶어 했다.

한국 갤러리의 관전 문화를 바꾸면 선수들의 경기력이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갤러리도 더 만족하게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대회 코스 입구에는 아름다운 갤러리존이라는 임시 텐트 6개가 설치됐다. CJ가 특수 제작한 휴대전화 개인 보관함은 생갭다 인기가 많았다. 이날 오전까지 모두 293명의 갤러리가 코스를 찾았는데 112명이 자발적으로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기념품으로 주어진 생수를 웃으며 손에 들었다. 또 흡연 자제 캠페인도 이어졌다.

당연히 최경주-강경남-데이브 글레슨(호주) 조에 제일 많은 갤러리가 몰렸다. 100여명이 18개홀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다녔다. 하지만 단 한명도 휴대전화를 꺼내 통화를 하거나, 휴대전화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이가 없었다. 최경주는 1라운드를 5언더파 선두권으로 마친 뒤 "나도 깜짝 놀랐다. 한국 갤러리의 높은 관전문화 의지에 감사드린다. 플레이 하는데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간혹 플레이 중 움직이는 갤러리가 몇 몇 있었지만 진행요원의 통제에 대체로 잘 따라주는 모습이었다. 물론 1라운드여서 상대적으로 갤러리 수가 적고, 마지막 라운드에 수천명의 갤러리가 한꺼번에 몰리면 양상이 달라지겠지만 확실한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갤러리도 만족스런 표정이었다. 서울에서 왔다는 김용운씨(48)는 부인과 함께 대회장을 찾았다. 김씨는 "휴대폰을 맡겼다. 오히려 스스로 불안불안하지 않아 좋았다. 관전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또 이번 대회는 다른 대회와 달리 갤러리 통제 로프가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기 쉽게 설치돼 있다. 가까이에서 최경주 선수의 플레이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휴대전화를 맡기지 않은 갤러리도 휴대전화 사용을 극히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해마다 반복되던 갤리리와 진행요원의 실랑이도 이날은 아예 없었다. 여주=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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