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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한국 축구의 백년대계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최근 한국 축구의 골칫거리가 된 '잔디' 문제 해결도 이곳에서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국내 기후 변화에 맞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잔디를 천안NFC에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라운드 조성 단계부터 최적의 흙을 찾는 것 뿐만 아니라 배수 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추도록 했다. 그라운드 별로 각 품종의 잔디를 심고, 최근 유럽에서 보편적으로 쓰는 천연 90%, 인조 10% 비율의 하이브리드 구장도 다른 잔디 품종 씨앗을 뿌린다.
이날 천안NFC 건설 현장을 둘러본 정몽규 KFA 회장은 "국내 기후가 점점 변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일본은 계절별로 다른 품종의 잔디를 배포한다고 한다. 천안NFC가 그런 측면에서 연구 개발 여건을 잘 갖췄다"고 말했다. 박일기 천안NFC건립추진단 운영팀장은 "천안NFC는 국내 실정에 가장 잘 맞는 잔디가 무엇인지 테스트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며 "천연잔디 배합과 생육 방식에도 차이를 두려 한다. 연구 결과가 쌓이면 지자체, 각 구단에 공유해 잔디 보급에 도움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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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단일종목에서 이런 대규모 시설을 조성하는 건 축구가 유일하다. 부지 매입 뿐만 아니라 시설 건설-조성, 운영 등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에 선뜻 손 대기 힘들었다. 공개 경쟁 입찰을 거쳐 최종 낙점된 천안시(2000억원)와 축구협회(1800억원)가 거금을 투자해 우여곡절 끝에 탄생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운영을 위해선 능력과 경험 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조직이 뒷받침 돼야 한다. 천안NFC 건립은 기업 경영 능력과 경험을 갖춘 정몽규 회장이 KFA 4선 도전에서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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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NFC와 그나마 견줄 만한 곳으로는 프랑스의 클레르퐁텐 국립 축구 기술센터, 카타르 아스파이어 축구 아카데미 정도가 꼽힌다. 1988년 개장한 클레르퐁텐은 프랑스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 육성하는 기관. 이곳을 통해 프랑스는 티에리 앙리(2기), 킬리앙 음바페(22기) 등 세계적 선수를 육성했고, 그 결과 월드컵 2회 우승(1998, 2018년)을 일궜다. 유럽 최고의 축구 시설로 꼽힌다. 카타르는 아스파이어 아카데미를 발판 삼아 일약 아시아 강호로 발돋움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귀화 정책에만 의존했던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 유치를 계기로 아스파이어 아카데미를 발족시켰다. 그 결과, 중동에서도 변방으로 여겨졌던 카타르는 아시안컵 2연패(2019~2023년)를 이뤘고, 2010년 11월 113위에 불과했던 FIFA랭킹을 13일 현재 48위(아시아 5위)까지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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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전 KFA 부회장은 "해외 유수의 시설을 참고해 만들어진 천안NFC는 클레르퐁텐, 아스파이어 아카데미처럼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선수, 지도자, 심판까지 포괄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며 "이 시설을 잘 활용해 한국 축구가 획기적인 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몽규 회장은 "그동안 국가대표 훈련 시설에 그쳤던 NFC의 기능이 천안 시대를 계기로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축구를 통한 가치 실현'이라는 목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한국 축구의 발걸음이 곧 '아시아 축구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제패한 차범근부터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유럽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른 박지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손흥민까지 '아시아 최초' 기록을 써내려왔다. 올해 세상에 공개될 천안NFC, 한국 축구의 위상을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끌어 올릴 미래를 위한 환상적인 공간이다.
천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