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축구 허브 탄생…한국 축구 염원 담은 천안NFC,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5-03-17 06:32


동아시아 축구 허브 탄생…한국 축구 염원 담은 천안NFC, 세계가 주목하…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동아시아 축구 허브 탄생…한국 축구 염원 담은 천안NFC, 세계가 주목하…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천안=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한국 축구의 백년대계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올 가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천안NFC). 아시아 맹주를 넘어 세계 축구로 도약하고자 하는 축구계의 염원을 담고 있다. 그동안 대표팀에 국한됐던 NFC의 기능을 연령별 대표팀 뿐만 프로, 아마추어, 유소년, 생활체육까지 확대하는 '토털 솔루션'을 지향한다.

충남 천안시 입장면에 14만5000평 규모로 건립되는 천안NFC.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산실 역할을 했던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파주NFC·3만5000평)의 4배가 넘는 빅사이즈다. 지난 12일 공사 현장에서 기자 직접 확인한 천안NFC의 규모는 기대 이상이었다. 축구장만 총 11면이 지어진다. 국가대표팀을 위한 전용 구장 뿐만 아니라 천연, 인조, 하이브리드 잔디를 총망라한다. 모든 구장에 조명 시설이 갖춰질 뿐만 아니라 전력 분석을 돕는 시설도 설치된다. 그라운드 조성 공사는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최근 한국 축구의 골칫거리가 된 '잔디' 문제 해결도 이곳에서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국내 기후 변화에 맞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잔디를 천안NFC에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라운드 조성 단계부터 최적의 흙을 찾는 것 뿐만 아니라 배수 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추도록 했다. 그라운드 별로 각 품종의 잔디를 심고, 최근 유럽에서 보편적으로 쓰는 천연 90%, 인조 10% 비율의 하이브리드 구장도 다른 잔디 품종 씨앗을 뿌린다.

이날 천안NFC 건설 현장을 둘러본 정몽규 KFA 회장은 "국내 기후가 점점 변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일본은 계절별로 다른 품종의 잔디를 배포한다고 한다. 천안NFC가 그런 측면에서 연구 개발 여건을 잘 갖췄다"고 말했다. 박일기 천안NFC건립추진단 운영팀장은 "천안NFC는 국내 실정에 가장 잘 맞는 잔디가 무엇인지 테스트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며 "천연잔디 배합과 생육 방식에도 차이를 두려 한다. 연구 결과가 쌓이면 지자체, 각 구단에 공유해 잔디 보급에 도움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축구 허브 탄생…한국 축구 염원 담은 천안NFC, 세계가 주목하…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동아시아 축구 허브 탄생…한국 축구 염원 담은 천안NFC, 세계가 주목하…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천안 NFC에는 실내축구장 외에도 4000석 규모의 스타디움도 건설된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격에 맞춰 지어지는 스타디움은 연령별 대표팀 경기 진행 뿐만 아나리 각급 대회 진행도 가능한 수준이다. 특히 내부엔 선수들의 피지컬 관리와 수중 치료실, 각종 데이터를 취급할 수 있는 퍼포먼스 센터와 대형 세미나 시설까지 갖춰진다. 국가대표팀 전용 숙소 역시 곳곳에 신경 쓴 흔적이 눈에 띈다. 외부 간섭 없이 숙소로 직행할 수 있는 주차 시설부터 로비 우측에 자리 잡는 피트니스 시설에서 곧바로 그라운드로 이동해 최적의 훈련 여건을 조성했다. 소집 기간 선수들이 묵게 될 방 역시 호텔급에 준하는 수준으로 만들어진다. 박 팀장은 "동선부터 자재까지 모든 부분을 대표팀이 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성 중"이라고 설명했다. 천안NFC는 각급 대표팀이 활용할 숙소동을 시작으로 국가대표팀 전용 숙소까지 완만한 경사 구도로 건설된다. 박 팀장은 "이 길을 모두 올라가야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단일종목에서 이런 대규모 시설을 조성하는 건 축구가 유일하다. 부지 매입 뿐만 아니라 시설 건설-조성, 운영 등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에 선뜻 손 대기 힘들었다. 공개 경쟁 입찰을 거쳐 최종 낙점된 천안시(2000억원)와 축구협회(1800억원)가 거금을 투자해 우여곡절 끝에 탄생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운영을 위해선 능력과 경험 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조직이 뒷받침 돼야 한다. 천안NFC 건립은 기업 경영 능력과 경험을 갖춘 정몽규 회장이 KFA 4선 도전에서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동아시아 축구 허브 탄생…한국 축구 염원 담은 천안NFC, 세계가 주목하…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동아시아 축구 허브 탄생…한국 축구 염원 담은 천안NFC, 세계가 주목하…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이런 천안NFC의 의미는 한국 축구 그 이상이다. 세계적으로 견줘도 비슷한 규모의 시설을 갖춘 국가가 드물다. 일본축구협회(JFA)가 '세계 톱 레벨 도약'을 목표로 지바현 마쿠하리에 야심차게 건설 중인 'JFA 유메 필드'는 축구장 3면 크기다. 후쿠시마(동북), 사카이(중부), 이마바리(서부), 구마모토(남부) 4곳에 유소년, 심판 교육을 위한 'JFA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나, 이들 모두 운동장 1면에 숙소 1동 규모다. '축구굴기'를 내걸고 전국 5만 곳에 아카데미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중국 역시 천안NFC 같은 대규모 훈련 시설은 없다.


천안NFC와 그나마 견줄 만한 곳으로는 프랑스의 클레르퐁텐 국립 축구 기술센터, 카타르 아스파이어 축구 아카데미 정도가 꼽힌다. 1988년 개장한 클레르퐁텐은 프랑스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 육성하는 기관. 이곳을 통해 프랑스는 티에리 앙리(2기), 킬리앙 음바페(22기) 등 세계적 선수를 육성했고, 그 결과 월드컵 2회 우승(1998, 2018년)을 일궜다. 유럽 최고의 축구 시설로 꼽힌다. 카타르는 아스파이어 아카데미를 발판 삼아 일약 아시아 강호로 발돋움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귀화 정책에만 의존했던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 유치를 계기로 아스파이어 아카데미를 발족시켰다. 그 결과, 중동에서도 변방으로 여겨졌던 카타르는 아시안컵 2연패(2019~2023년)를 이뤘고, 2010년 11월 113위에 불과했던 FIFA랭킹을 13일 현재 48위(아시아 5위)까지 끌어 올렸다.


동아시아 축구 허브 탄생…한국 축구 염원 담은 천안NFC, 세계가 주목하…
◇클레르퐁텐 전경. 사진출처=프랑스축구협회 홈페이지

동아시아 축구 허브 탄생…한국 축구 염원 담은 천안NFC, 세계가 주목하…
◇아스파이어 축구아카데미 전경. 사진출처=아스파이어 아카데미 홈페이지
클레르퐁텐과 아스파이어 아카데미 모두 프랑스, 카타르 대표팀의 비약적 발전을 이뤄낸 시설로 꼽힌다. 천안NFC 역시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넘어 '동아시아 축구 허브'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축구 시스템의 풀뿌리 역할을 하면서 축구 교육, 행정, 기술 모든 면에서 아시아의 리더로 발돋움하는 데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이용수 전 KFA 부회장은 "해외 유수의 시설을 참고해 만들어진 천안NFC는 클레르퐁텐, 아스파이어 아카데미처럼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선수, 지도자, 심판까지 포괄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며 "이 시설을 잘 활용해 한국 축구가 획기적인 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몽규 회장은 "그동안 국가대표 훈련 시설에 그쳤던 NFC의 기능이 천안 시대를 계기로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축구를 통한 가치 실현'이라는 목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한국 축구의 발걸음이 곧 '아시아 축구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제패한 차범근부터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유럽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른 박지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손흥민까지 '아시아 최초' 기록을 써내려왔다. 올해 세상에 공개될 천안NFC, 한국 축구의 위상을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끌어 올릴 미래를 위한 환상적인 공간이다.

천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code:04oY
device:MOB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