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김두현 감독 체제로 반등을 노리는 전북 현대가 베테랑 미드필더 한국영(34·강원)을 품었다.
이적시장 복수의 관계자는 18일 "전북이 강원에서 뛰던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 영입을 앞뒀다. 구단간 합의가 끝난 상태로, 금명간 메디컬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몸 상태에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최종 계약서에 서명한 뒤 K리그 추가 등록기간이 시작하는 20일에 전북 선수로 등록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양 구단과 선수, 삼자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이적이다. 올 시즌 깜짝 2위 돌풍을 일으킨 윤정환 강원 감독은 새롭게 꺼내는 공격적인 전술 하에서 두 이적생 김이석 김강국에게 주전 미드필더를 맡겼다. 최근엔 컨디션이 부쩍 좋아진 김대우가 한자리를 꿰찼다. 세 명의 김씨 성을 지닌 미드필더에 밀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베테랑 한국영의 설자리가 점점 더 좁아졌다. 더구나 7월15일부로 리그 정상급 미드필더 김동현(김천)이 국군체육부대에서 전역하기 때문에 구단 입장에선 여름에 '중미 정리'가 불가피했다.
2017년부터 7년째 강원에서 활약하는 '리빙 레전드' 한국영은 이런 흐름 속 올 시즌 17라운드까지 부상없이 K리그1 6경기 출전에 그쳤다. 4월27일 김천전 이후 50일 가까이 공식전에 투입되지 않았다. 2년 연속 강원 주장으로 선임된 한국영은 시즌 초 레프트백 윤석영에게 완장을 넘겼다. 강원과 한국영의 결별 가능성을 알린 첫 번째 신호였다. 한국영은 올 시즌을 끝마치면 FA 자격을 얻어 팀 선택이 더 자유로울 수 있었지만, 당장 여름에 변화를 주는 쪽을 택했다. 한국영은 18일 오전 강원 클럽하우스와 훈련장 사진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다. 네잎클로버 이모지로 강원에 '행운'을 빌었다. 두 번째 신호이자 한국영식 작별 인사였다.
스포츠조선DB
◇강원 미드필더 한국영이 18일 오전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린 강원 훈련장 전경 사진. 네잎클로버 이모지로 강원에 행운을 빌었다. 출처=한국영 인스타그램 캡쳐
승격을 노리는 수원 삼성이 중원 강화 차원에서 한국영 영입에 관심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전북행이 급물살을 탔다. 영입이 확실시되던 손준호가 전북 구단과 마지막 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보여 수원FC로 방향을 튼 것이 결정적이었다. 손준호는 14일부로 수원FC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달 부임한 김두현 전북 감독은 비록 손준호를 놓친 셈이 됐지만, 3선에서 포백을 보호하고 전방위적으로 패스를 뿌려줄 새로운 수비형 미드필더 보강을 바랐다. 일본 출신 미드필더와 국내파를 두고 고민한 끝에 결국 '검증된 베테랑'인 한국영을 영입하기로 했다.
상위권 팀에서 지내던 한국영은 한순간에 강등 플레이오프권에 있는 팀에서 잔류싸움을 벌여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전북은 17라운드 현재 11위에 위치했다. 최근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 김 감독 부임 후에도 3경기째 승리가 없다. 19일 김포와 코리아컵 16강을 치른 뒤 22일 대구와 K리그1 18라운드 원정경기를 치른다. 한국영은 입단이 확정될 경우, 이르면 대구전을 통해 첫선을 보일 듯하다. 핵심 자원인 박진섭이 이달 기초군사훈련을 받으러 떠난 만큼 곧바로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영은 한때 한국 축구의 3선을 책임질 간판 수비형미드필더로 활약했을 정도로 리그에서 손꼽히는 실력파 미드필더로 통한다. '갈고리', '지우개'라는 별명에서 나타나듯, 깔끔한 태클과 압박으로 공을 커트해 공격으로 전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전북의 기존 미드필더인 박진섭 이수빈 보아텡, 이영재와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이다. 김 감독이 최적의 중원 조합을 찾는 숙제가 남았다.
한국영은 2010년 일본 쇼난 벨마레에서 프로데뷔해 가시와 레이솔(일본), 카타르SC(카타르), 알 가라파(카타르) 등 해외 리그를 누비다 2017년 7월 강원에 입단하며 K리그와 연을 맺었다. 장기부상을 당한 2018시즌을 제외한 7시즌 동안 강원 유니폼을 입고 지금까지 총 159경기(7골 8도움)를 뛰었다. 강원 구단 통산 출전경기수 3위 기록을 보유했다. 지난 2021년 타 구단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구단 유튜브 라이브로 재계약을 발표해 큰 화제를 모았다. 강원이 역대 레전드를 뽑을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한국영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국가대표팀 일원으로 A매치 41경기에 나섰다. 전북에서 국가대표 시절 호흡을 맞춘 홍정호 김진수 권창훈 등과 재회한다. 이영재 이재익은 강원 시절 동료였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