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점 10점 삭감이라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징계를 받았던 에버턴. 에버턴이항소가 어느 정도 성공하면서 승점 6점 삭감으로 징계가 완화됐다. 강등권 바로 코앞인 17위에 있던 에버턴은 15위로 올라섰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에버턴한테 기적이 벌어졌다.
프리미어리그(EPL) 사무국은 26일(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에버턴의 승점 삭감 징계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EPL 사무국은 "독립 항소 위원회는 2021~2022시즌이 끝날 때까지 적용됐던 EPL 수익성 및 지속 가능성 규칙(PSR) 위반에 대한 에버턴의 제재가 승점 6점으로 삭감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PSR 위반에 대해 10점 감점을 부과하기로 한 2023년 11월 독립 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에버턴의 항소에 따른 것이다. 에버턴은 9가지로 이유로 부과된 제재에 대해 항소했다. 9개의 이유 중 2개는 독립 항소 위원회의 지지를 받았다. 따라서 승점 감점을 10점에서 6점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번 수정은 즉시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승점 10점 삭감이라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징계를 받았던 에버턴. 에버턴이항소가 어느 정도 성공하면서 승점 6점 삭감으로 징계가 완화됐다. 강등권 바로 코앞인 17위에 있던 에버턴은 15위로 올라섰다. 사진=AF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에버턴한테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당시 EPL 사무국은 공식 채널을 통해 "PSR을 위반한 에버턴의 승점은 즉시 10점 삭감될 것이다"라며 징계를 발표했다.
해당 제재로 인해 승점 14점으로 14위를 달리고 있던 에버턴은 순식간에 리그 19위로 하락했다. 리그 최하위였던 번리와 승점이 같아지면서 하루아침에 강등 위기에 내몰렸다. PL 사무국에서 실시하는 PSR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EPL 사무국은 각 구단과 리그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PSR을 실시 중이다. 사후제재 성격 제도인 PSR의 규칙은 간단하다. EPL에 속한 구단은 지난 3시즌 동안의 손실액이 1억 500만 파운드(약 1,771억 원)를 초과하지만 않으면 된다.
승점 10점 삭감이라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징계를 받았던 에버턴. 에버턴이항소가 어느 정도 성공하면서 승점 6점 삭감으로 징계가 완화됐다. 강등권 바로 코앞인 17위에 있던 에버턴은 15위로 올라섰다. 사진=AFP연합뉴스
에버턴은 지난 시즌 도중에 PSR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EPL 독립 위원회에 회부됐다. 조사 결과 3시즌 동안 에버턴의 손실액이 1억 2,450만 파운드(약 2,101억 원)였다. 손실액 한계점을 넘어선 에버턴을 향해 독립 위원회가 승점 10점 삭감이라는 사상 초유의 징계를 내린 것이다.
매 시즌 강등권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EPL에서 승점 삭감 징계는 사실상 강등을 의미했다. EPL 체제로 전환한 1992~1993시즌 이후 승점 삭감 징계를 받은 구단은 모조리 강등 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영국 BBC는 'PL 역사상 다른 두 클럽만이 승점 감점을 받았다. 미들즈브러는 1996-97시즌 블랙번을 상대로 경기를 치르지 못해 승점 3점이 감점됐다. 2010년 포츠머스는 행정 관리에 들어간 후 승점 9점을 감점 당했다'며 에버턴의 미래를 우려했다.
승점 10점 삭감이라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징계를 받았던 에버턴. 에버턴이항소가 어느 정도 성공하면서 승점 6점 삭감으로 징계가 완화됐다. 강등권 바로 코앞인 17위에 있던 에버턴은 15위로 올라섰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축구 통계 매체 OPTA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에버턴은 승점 10점 삭감 징계 후 2부 리그 강등 확률이 30.6%나 폭등했다. 리그 중위권을 향해 나아가던 에버턴한테는 암울한 미래가 찾아온 셈이다.
에버턴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강했다. 리버풀 전설 제이미 캐러거는 개인 SNS를 통해 "에버턴 승점 10점 삭감 징계는 과도하고 옳지 않다. 에버턴은 지난 몇 년 동안 재정 문제를 두고 EPL 위원회와 협력한 걸 알아야 한다. 다른 구단들처럼 회피하고 노력하지 않았다"며 이번 징계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승점 10점 삭감이라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징계를 받았던 에버턴. 에버턴이항소가 어느 정도 성공하면서 승점 6점 삭감으로 징계가 완화됐다. 강등권 바로 코앞인 17위에 있던 에버턴은 15위로 올라섰다. 사진=에버턴
이에 곧바로 에버턴은 항소를 진행했다. 에버턴은 '우리는 PL 위원회의 판결에 충격과 실망을 동시에 받았다. 위원회가 전적으로 불균형하고 부당한 스포츠 제재를 가했다고 믿는다. 클럽은 이미 EPL 사무국에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제 항소 절차가 시작될 것이다'고 발표했다.
약 3달 정도 진행된 항소 끝에 에버턴은 제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징계가 완화되면서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였다. 에버턴은 리그 17위에서 15위로 올라섰다. 강등권과의 격차도 승점 5점으로 벌어졌다. 아직 강등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엔 힘들지만 여유가 생긴 건 사실이다.
이번 발표로 인해 다른 강등권 팀들은 비상이 걸렸다. 같이 강등권 경쟁을 하던 팀이 사라진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승점 13점에 불과한 번리와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기적적인 변화가 없는 이상 강등이 유력하다. 승점 20점인 루턴 타운은 아직 잔류의 희망이 있는 상황. 17위인 노팅엄 포레스트와 16위인 브렌트포드와 승점 차이가 단 4점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