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1일,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의 브리핑은 위르겐 클린스만 전 축구 A대표팀 감독의 후임을 정하는 과정이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답만 하면 돼)'라는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놓았다.
우연은 이어졌다. 첫 임원 회의 이후 축구협회 주변에선 '클린스만 후임은 국내파이고, 2월말까지 선임할 것'이란 이야기가 퍼져나갔다. '협회 수뇌부가 모 감독과 물밑에서 접촉을 했다, 협회가 특정 인사를 낙점한 뒤 구색 맞추기를 하고 있다, 특정팀을 맡고 있는 감독을 원한다'는 말이 축구계를 떠돌았다. 새롭게 구성된 전력강화위원회가 첫 회의를 하기도 전에 홍명보 울산 HD 감독,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 최용수 전 강원FC 감독, 김기동 FC서울 감독, 김학범 제주유나이티드 감독 등 국내파 후보들이 하마평에 올랐다.
그래도 첫 회의 이후 정 위원장이 어떤 말을 꺼낼지는 지켜봐야 했다. 예컨대 '외국인 사령탑도 후보'라든지 '중차대한 이슈인만큼 6월까지 시간을 들여 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외국 감독도 열어놨지만, 국내 감독 쪽으로 비중을 둬야 되지 않느냐는 의견을 나눴다. 임시 체제보다는 정식으로 감독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고 했다. 3월 태국과의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2연전부터 팀을 이끌 감독은 '국내파'이며 임시감독이 아닌 '정식감독'이라고 사실상 선포한 것과 다름없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사람은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서두른다. 협회가 복잡한 이슈를 새로운 감독 선임으로 덮으려고 하는 것인가"라고 의심했다.
2023년 1월, 뮐러 전 위원장은 파울루 벤투 감독 후임을 선임하는 기준으로 5가지를 내세웠다. 전문성, 감독 경험, 동기부여, 팀워크 능력, 환경적 요인 등이다. 정 위원장은 8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역량, 육성, 명분, 경험, 소통, 리더십, 인적시스템, 성적 등이다. 기준 3가지가 늘었을 뿐, 뚜렷한 차이는 없다. 차이점이 있다면, 뮐러 위원장과 달리 이번엔 국내파로 가닥이 잡혔다는 것 정도다. 당시 뮐러 위원장은 감독 선임 기준 중 '환경적 요인'에 대해 "축구외 이슈, 예를 들어 한국에서 생활할 수 있는지를 감안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내파 감독이면 '한국 생활'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또 "나는 독일 사람이기 때문에 글로벌하게 생각해야 한다"면서 외국인 선임에 무게를 뒀다는 뉘앙스를 풍겼고, 한 달 뒤 '한국에서 생활할 생각이 없는' 같은 독일 출신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다. 24일 전력강화위 2차 회의에서 드라마틱한 반전이 일어날까? 현재 분위기는 그럴 것 같아보이지 않는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