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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A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카타르아시안컵 기간 중 '좀비 축구'라는 별명을 얻는 과정을 보면 9년 전 대표팀의 별명이 떠오른다. '좀비 축구'는 한국이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 8강 호주전에서 패배 위기를 딛고 '좀비'를 연상케하는 끈질긴 공세로 경기를 뒤집는 데에서 시작됐다. 한국은 지난 두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종료 1분 전 '극장 동점골'을 터뜨리며 극적으로 살아남아 승부차기(사우디전)와 연장전(호주전)을 통해 경기를 뒤집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좀비 축구' 별명에 대해 "어떤 별명으로 불리든 상관없다. 우린 굶주렸고, 마지막까지 (살아)남고 싶다"고 했다.
반면 슈틸리케호는 호주대회 조별리그에서 3경기 모두 전반에 선제골을 넣으며 안정적인 1대0 승리를 거뒀다. 결승전으로 가는 과정에서 위기의 순간은 8강 우즈베키스탄전이었다. 연장승부 끝에 손흥민이 연장에서만 2골을 넣으며 2대0 승리했다. 하지만 이번대회 16강과 8강전과 비교하면 힘든 축에도 속하지 않는다. 당시 대표팀은 준결승전까지 무실점 전승 행진을 질주했다. 문제는 결승전에서 벌어졌다. 꽃길만 걷던 슈틸리케호는 당시 대회 들어 첫 실점을 기록하는 낯선 환경에 놓였다. 클린스만 감독이 빠른 템포를 중시한다면, 슈틸리케 감독은 안정감을 우선시했다. 그의 '늪 축구' 약점은 빈약한 공격력이었다. 결국 연장 승부까지 가는 접전 끝에 힘싸움에서 밀리며 1대2로 패해 눈 앞에서 트로피를 놓쳤다.
이번 대표팀이 9년 전 대회와 비교해 한 가지 긍정적인 건 두 경기 연속 연장승부로 일찌감치 매를 맞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위기 극복 DNA, 응집력'을 얻었단 점은 큰 소득이다. 역대 한국 축구가 역사를 쓴 대회(2002년 한일월드컵,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모두 고비가 있었다. 한국은 무전술 비판 속 '90분 내에 쉽게 이기는 팀'은 아닐지라도 '이겨내는 팀'이 돼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남은 경기에서 설령 경기 중 고비가 찾아오더라도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팀이 됐다. 클린스만호의 '좀비 축구'는 슈틸리케호의 '늪 축구'와 다르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