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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참으로 비겁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토트넘 핫스퍼 다니엘 레비 회장은 지난 5년 동안 실패를 거듭한 원인을 자신이 뽑은 감독들한테 뒤집어 씌웠다.
포체티노 이후에는 조제 무리뉴, 누누 산투, 안토니오 콘테가 차례로 지휘봉을 잡았다. 반년도 버티지 못한 산투를 제외하면 굵직한 기간은 무리뉴 시대와 콘테 시대로 볼 수 있다. 무리뉴와 콘테 모두 두 시즌을 채우지 못했으니 결과적으로 실패로 평가된다.
20일 팬포럼에 참석한 레비는 "우승에 실패했기 때문에 좌절감이 컸다. 일부 선수들과 많은 팬들이 우승을 위해 돈을 쓰고 큰 감독을 영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것이 나에게 영향을 미쳤다"라며 마치 여론에 등 떠밀려 감독을 뽑았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레비는 "우리는 두 번이나 실패했다. 실수로부터 배워야 한다. (무리뉴와 콘테는)훌륭한 감독이었지만 클럽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라며 전임 감독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레비는 "우리는 원하는 경기 방식이 있다. 우리 만의 방식으로 우승이 오래 걸린다면, 그것이 옳은 길이라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엔지(현 토트넘 감독 엔지 포스테코글루)를 영입한 것은 내가 보기에 올바른 결정이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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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와 콘테는 모두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력을 가진 세계적인 명장이다. 심지어 무리뉴의 경우 2002년 FC 포르투 감독에 취임한 뒤 맡았던 모든 팀에서 우승을 경험한 우승 청부사다. 무리뉴 커리어에서 유일하게 우승에 실패한 팀이 토트넘이다.
이들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우승을 하려면 감독 입맛에 맞는 스쿼드를 갖춰야 한다. 콘테는 토트넘 수준의 클럽이 우승에 도전하려면 최소 세 차례 이적시장 동안 1억~2억파운드(약 1650억원~3300억원)는 꾸준히 지출해야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레비와 토트넘은 어떤 팀인가. 레비는 1억파운드 지출 조차 벌벌 떠는 구두쇠이며 우승은 커녕 프리미어리그 4위가 최대의 목표다. 예를 들어 무리뉴는 재임 시절 김민재가 터키 리그에 가기 전부터 영입을 요청했는데 단돈 500만파운드가 아까워서 거절했다. 심지어 무리뉴는 토트넘을 리그컵 결승에 올려놨지만 레비는 결승을 앞두고 무리뉴를 경질해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콘테는 부임 기간 내내 선수 영입 문제로 레비와 마찰을 빚었다.
레비는 감독만 앉혀두고 선수단 구성에는 돈을 쓰지 않았다. 애초에 지원할 생각도 없었으면서 당시 들끓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감독만 톱클래스로 데려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래놓고 이제와서 팀과 맞지 않는 감독을 뽑았다고 터무니없는 변명을 늘어놓은 것이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