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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클린스만호가 고대하던 첫 승을 거둔 경기에서 가장 빛난 선수 중 한 명은 미드필더 이재성(31·마인츠)이었다.
전반 32분 조규성(미트윌란)의 선제결승골 장면에서 페널티 아크 부근에 있는 황인범에게 패스를 찔러준 것도 이재성이었다. 황인범은 논스톱으로 전방에 있는 조규성에게 재차 패스를 연결했고, 상대 수비수 다리에 맞고 높이 뜬 공을 조규성이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대표팀에서 꾸준히 호흡을 맞춘 손흥민과 호흡은 특히 발군이었다. 수비 뒷공간으로 달려가는 손흥민을 향한 패스로 사우디의 허를 찌르는가 하면, 정확한 패스 연결로 손흥민이 전매특허인 왼발 감아차기 슛을 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재성은 후반 33분 강상우(베이징궈안)와 교체될 때까지 4번의 키패스, 4번의 지상 경합 성공, 94%의 패스성공률(32/34)을 기록했다. 상대 진영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1차 압박을 하고, 리커버리에 나서는 선수는 다름아닌 이재성이었다. 결승골의 주인공 조규성, '수비벽' 김민재, '플레이메이커' 손흥민이 더 큰 조명을 받았지만, 이재성은 누가 뭐래도 클린스만호 첫 승의 '언성히어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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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 시절 우측에서 가운데로 파고드는 '반대발 윙어' 혹은 우측 공격형미드필더로서 좋은 역할을 했던 이재성은 좌측에선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 8일 0대0으로 비긴 웨일스전에서 홍현석(헨트)을 이강인의 대체자로 오른쪽에 세우고 이재성을 왼쪽에 배치하는 실험은 철저한 실패로 끝났다.
5경기 연속 무승에 잦은 외유 등 각종 논란으로 벼랑 끝에 몰린 클린스만 감독은 사우디를 상대로 '좌희찬-우재성'을 가동했다. 전임 감독 시절에 자주 선보이던 조합이다. 황희찬의 직선적인 스피드와 이재성의 이타적 플레이를 살리겠다는 복안으로 보이는데, 황희찬 역시 이날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였다. 특정선수들이 가장 잘하는 자리에 세웠을 때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지 이날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의 고민은 10월 친선전 튀니지, 베트남전에서 이어질 전망이다.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한 이강인이 합류할 경우, 이강인과 이재성 중 한 명은 오른쪽이 아닌 다른 곳에 배치해야 한다. 이강인은 드리블과 같은 개인기로 측면에서 차이를 만들고, 마무리 패스 및 마무리 슈팅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이재성은 수년째 분데스리가 중위권팀의 주전으로 활약하고 대표팀에서 등번호 10번을 입으면서도 팀을 빛나게 하는 플레이를 우선시한다. 이동국(은퇴)은 2016년 인터뷰에서 당시 전북 동료였던 이재성에 대해 이렇게 말을 한 적이 있다. "전북은 (이)재성이가 있으면 1군, 없으면 1.5군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