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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클린스만호가 반년만에 기다리던 첫 승에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이 일에 달고 살던 '결과'는 따냈으나, 전술과 경기력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려있다.
실제 사우디는 최상의 스파링 파트너라고 보기 어려웠다. 지난 8일, 0대0으로 비긴 웨일스와 달리 압박이 헐거웠다. 한국이 공격을 전개할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줬다. 웨일스전에선 종적을 감췄던 '약속된 플레이'가 이날 수차례 등장한 까닭이다. 대표팀의 슈팅수는 19개, 유효슛은 9개였다. 웨일스전에선 유효슛 1개에 그쳤다.
2~3명의 집중마크를 받던 손흥민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비 압박 강도 덕에 자유롭게 1~2선을 오갈 수 있었다. 92년생 동갑내기인 이재성(마인츠)과 주거니 받거니 거듭 찬스를 생성했다. 직접 문전으로 침투하거나, 아크 정면에서 중거리 슛을 때렸다. 사우디는 전적으로 골키퍼 알 오와이스의 선방에 팀의 운명을 맡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 과정에서 손흥민의 '배터리'는 후반 중반에 들어서서 '급방전'됐다. 손흥민의 발걸음이 느려지자 팀 공격 속도가 덩달아 느려졌다. 전반과 달리 후반엔 창의적인 공격 과정도 나오지 않았다. 손흥민이 지쳤을 때를 대비한 플랜B, 플랜C는 없어보였다. 후반 슈팅수는 한국 3회, 사우디 7회로 열세였다. 특히 후반 40분 전후론 일방적으로 밀리는 양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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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는 이후 적재적소에서 상대 공격수 혹은 미드필더를 향한 강한 압박과 인터셉트로 수비안정화에 힘을 보탰다. 특히, 수비 뒷공간을 노린 상대의 공격을 적절히 차단했다. 센터백 정승현(울산) 수비형미드필더 박용우(알아인) 등 주변에 있는 선수들이 실수를 거듭했음에도 무실점할 수 있었던 데에는 김민재의 역할이 컸다.
지난 6월 한국은 페루와 엘살바도르와 국내 친선전 2연전에서 각각 0대1과 1대1 스코어로 1무1패를 기록했다. 당시엔 기초군사훈련으로 김민재가 없었고, 이번 9월 A매치 데이엔 뮌헨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김민재가 2경기에 모두 출전해 연속 무실점을 뒷받침했다.
일본은 9월 A매치에서 독일과 튀르키예를 상대해 연속 4득점 연승을 질주했다. 튀르키예전에선 독일전과 선발 전원이 바뀐 명단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감독이 하고자 하는 축구가 명확하다면, 선수가 바뀌어도 일정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반면, 한국은 지난 벤투 시절보다 손흥민과 김민재의 의존도가 더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 선수 중 한 명이라도 빠졌을 때 한국이 일정한 경기력과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