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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일본축구가 또 다시 '전차군단'을 잡았다.
8일 웨일스를 상대로 졸전 끝에 0대0으로 비긴 한국축구와 비교되는 행보다. 한국은 '해트트릭' 손흥민(토트넘)과 '아시아 유일의 발롱도르 후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두 에이스를 필두로 황희찬(울버햄턴) 이재성(마인츠) 조규성(미트윌란) 홍현석(헨트) 등 핵심 유럽파들을 총출동시켰지만, 유효슈팅을 단 1개만 날리는 빈공 끝에, 사실상 1.5진이 나선 '유럽 중위권' 웨일스에 시종 고전했다. 후반 상대의 슈팅이 골대를 맞지 않았다면 질 수도 있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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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카타르월드컵 이후 한국과 일본의 행보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이 카타르월드컵 이후 치른 5번의 경기에서 3무2패로 단 1승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일본은 3연승 포함, 3승1무1패라는 안정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양 팀의 간즐교 포인트도 많다. 한국과 일본은 3월과 6월 같은 상대를 만났는데, 모두 일본의 판정승이었다. 3월 한국이 콜롬비아와 2대2 무승부, 우루과이에 0대1 패배를 당하는 동안 일본은 각각 2대1 승리, 1대1 무승부를 거뒀다. 6월 A매치에서는 차이가 더 컸다. 한국이 페루(0대1 패)와 엘살바도르(1대1 무)에 고전하는 동안, 일본은 각각 4대1, 6대0 대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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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독일전에서도 33대67로 점유율을 내줬지만, 조직적인 압박을 통해 상대를 흔들고, 날카로운 역습으로 독일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홈에서 열린 지난 페루전에서도 점유율 47대53으로 열세였지만, 카운터로 4골이나 만들어냈다. 특유의 짜임새 있는 빌드업 능력에 직선적인 축구까지 더한 일본은 진일보에 성공하며, 세계 수준 근접한 모습이다. '레전드' 혼다 게이스케는 "일본은 다음 레벨에 도달했다"며 흡족해 했다.
반면 한국은 헛발질을 거듭하고 있다. '클린스만 효과'다. 후방 빌드업을 중심으로 한 능동적 축구로 월드컵 16강을 이뤄낸 한국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그 색채를 잃었다. 색채를 잃었으면 새로운 색깔을 칠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 어떤 색깔도 없다. 예견된 참사다. '강한 압박'과 '빠른 역습'이라는 두가지 콘셉트가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확실하게 길을 정한 일본은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완성시킬 수 있는 모리야스 감독 연임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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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감독은 예상대로 '무색무취'의 축구를 펼쳐나가고 있다. 카타르에서 얻은 가능성은 사라진지 오래다. 더 큰 문제는 나아질 기대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확실한 컬러로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일본과 달리 우리는 여전히 방향을 잃고 헤메고 있다. 우리가 '역대급 멤버'를 보유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운 결과다. 그 사이 한-일축구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