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세계 4위' 김은중의 아이들, 황금세대로 성장하려면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3-06-12 16:56 | 최종수정 2023-06-13 05:47


'세계 4위' 김은중의 아이들, 황금세대로 성장하려면
잘 싸웠다, 값진 4위였다<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결국은 뛰어야 한다.

김은중호가 위대한 여정을 마무리했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12일(한국시각) 아르헨티나 라플라타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스라엘과의 2023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3~4위전서 1대3으로 졌다.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캡틴' 이승원(강원FC)이 페널티킥으로 1-1 동점을 만들었지만, 후반 31분과 40분 아난 칼라일리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유종의 미'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이번 대회 보여준 김은중호의 행보는 긍정적이다. 이렇다 할 스타 선수가 없었지만, '원팀'으로 반전 드라마를 썼다. 김은중 감독은 완성도 높은 '선 수비 후 역습' 전략과 디테일한 리더십을 앞세워 선전했다. 3골-4도움을 기록한 이승원은 브론즈볼을 수상하며 국내 선수로 역대 세번째 FIFA 주관 대회 개인상을 받았다. 김은중호의 선전으로 한국축구는 U-20 월드컵에서 두 대회 연속 4강에 진출했다. 4년 전 폴란드대회에선 역대 최고인 준우승했다.


'세계 4위' 김은중의 아이들, 황금세대로 성장하려면
배준호 다독이는 김은중 감독<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세계 4위' 김은중의 아이들, 황금세대로 성장하려면
이승원, 아디다스 브론즈볼 수상<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983년 멕시코대회에서 4강에 오르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한국축구에 '4강'은 '신화'와 같은 단어였다. 하지만 지난 대회,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결과를 만들어 '4강'은 '현실'이 됐다. 유수의 축구 강국들이 U-20 월드컵에 100%를 쏟아붓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지난 대회만 해도 '괴물' 엘링 홀란드(노르웨이), '세리에A MVP' 하파엘 레앙(포르투갈)이 U-20 월드컵에 출전했다. 이런 대회에서 한국축구는 국제 경쟁력을 입증했다.


'세계 4위' 김은중의 아이들, 황금세대로 성장하려면
페널티킥의 주역들<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제 한국축구의 숙제는 U-20 월드컵에서 두각을 보인 이들을 '황금세대'로 만드는 것이다. 1966년 월드컵에서 3위에 오른 뒤 가라앉던 포르투갈은 1989년과 1991년 청소년 월드컵(U-20 월드컵 전신)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황금세대'를 탄생시켰다. 이 황금세대는 유로2000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포르투갈 축구의 황금기를 가져왔다. 두 대회 연속 4강을 달성한 한국축구 역시 재능만큼은 검증을 마쳤다. 이들이 기대만큼 성장한다면 새로운 황금세대를 만들 수 있다.

그렇다고 재능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쉽게도 한국은 연령별 대표팀에서 얻은 성과를 A대표팀까지 연결시키지 못했다. 폴란드 준우승 세대들이 대표적이다. 당시 멤버 중 A대표팀까지 자리잡은 것은 '골든보이' 이강인(마요르카)이 유일하다. 엄원상(울산 현대) 김주성(FC서울) 등이 A대표팀 언저리에 있지만, 자리를 잡지 못했다. 심지어 소속팀에서도 확실히 자리매김하지 못한 선수가 많다.

전문가들은 U-20 월드컵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절대적이다. 소속팀에서 뛰어야 올림픽대표팀, A대표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김학범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이 연령대 선수들이 부침이 심하다. 이번 대회에서도 아시안컵에서 좋았던 강성진(서울)이 부진하고, 이영준(김천 상무)이 잘하지 않았나. 결국 소속팀에서 꾸준히 뛰면서 정체성을 마련하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한준희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이제 선수들이 소속 클럽에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4년 전 폴란드 신화를 쓴 정정용 감독도 "결국 경험이다. 가능하면 해외로 나가면 좋다. 폴란드대회 후 이 부분이 아쉬웠다. 결국 22세 이하 의무 출전 조항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K리그1, 2에서 20세 선수가 뛰기는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결국은 선수들이 실력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중호 선수들은 파리올림픽과 연계되는 세대다. 한국축구 최초로 기획한 황금세대라 할 수 있는 2009년 대회 멤버들은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까지 거머쥐며 A대표팀에 안착한 바 있다.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과 김은중 감독은 자주 소통하며 교류하는 사이다. 여기에 위르겐 클린스만 A대표팀 감독 역시 U-20 대표팀 선수를 발탁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할 정도로 어린 선수들에게 관심이 많다. 꾸준한 출전을 통해 능력만 입증한다면 상급 대표팀까지 올라갈 수 있다. 결국 소속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황금세대 탄생의 첫 걸음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