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르겐 클린스만 A대표팀 감독이 '대팍'을 찾은 날, 대구FC가 국대 5명을 보유한 전북 현대에 승리했다.
이날 대구-전북전 현장엔 클린스만 감독이 있었다. 20일 대표팀 첫 소집을 앞두고 차두리 테크니컬 어드바이저와 함께 '매의 눈'으로 선수들의 컨디션을 살폈다. 전북에는 좌우풀백 김진수 김문환과 미드필더 백승호 송민규, 공격수 조규성 등 총 5명의 '월드컵 전사'들이 대표팀에 승선한 상황. 김상식 전북 감독은 "저도 그런 경험이 있지만 대표팀 감독님이 오시면 더 보여주고 싶고 더 잘하고 싶고 대표팀에서 뽑히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기존 선수들이 대표팀 감독님께 너무 뭔가 보여주려고 몸에 힘이 들어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라인업
-대구: 오승훈(GK)/조진우-홍정운-김진혁/케이타-이용래-이진용-황재원/바셀루스-이근호-고재현
-전북: 정민기(GK)/김진수-홍정호-정태욱-김문환/강상윤-맹성웅-백승호-송민규/안드레 루이스-조규성
|
만원 관중의 하늘색 응원물결 속, 대구의 기세가 매서웠다. 전반 10분 바셀로스가 왼쪽 측면을 치고달리다 전북의 반칙을 끌어냈다. 프리킥 찬스, 1만2천여 명의 대구 팬들이 한목소리로 "쿵!쿵!골!"을 외치는 장관이 펼쳐졌다. 케이타의 날선 크로스를 전북 골키퍼 정민기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흘러나온 볼을 김진혁이 놓치지 않았다. 절실하게 차올린 볼이 골망 구석에 꽂혔다. 봄날 대팍에 "김진혁!" 함성이 울려퍼졌다.
이른 시간 실점한 전북은 빠른 변화를 택했다. 15분 만에 강상윤을 빼고 '광주전 멀티골' 주인공 문선민을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전반 24분 '국대 라인'이 모처럼 번뜩였다. 송민규가 측면을 허물며 문전 조규성에게 패스를 건넸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흐름을 가져오려는 전북의 분투가 이어졌지만 여의치 않았다. 대구 출신 전북 센터백 정태욱이 이용래, 이근호와 잇달아 충돌하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전반 34분 조규성의 슈팅이 골대를 넘겼다. 전반 37분 대구는 부상한 이용래를 빼고 에드가를 조기투입했다. 전반 38분 황재원의 크로스에 이은 이근호의 슈팅이 불발됐다. 전반 43분 전북의 불꽃같은 역습, 대구 미드필더 케이타가 몸을 던져 볼을 지켜내는 모습에 팬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전반 추가시간 전북에 가장 결정적인 찬스가 나왔다. 김문환의 패스를 이어받은 송민규의 크로스가 조규성의 머리를 향했으나 오승훈이 손끝으로 쳐내며 막아냈다. 대구가 1-0으로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전북은 70%의 점유율을 가져갔지만 슈팅수는 4개, 유효슈팅 0개에 그쳤다. 대구는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힘입어 슈팅 6개, 유효슈팅 3개를 기록했다. 하프타임 휘슬과 함께 "위 아 대구(We are Daegu)" 함성이 대팍을 파랗게 물들였다.
|
전북은 후반 시작과 함께 안드레 루이스를 빼고 하파 실바를 투입했다. 후반 11분 문선민의 슈팅이 불발됐다. 곧바로 이어진 역습 바셀로스의 강력한 왼발 슈팅을 정민기가 펀칭으로 막아섰다. 대구는 후반 19분 많이 뛴 이근호 대신 '이적생 수비수' 김강산을 투입하며 수비를 두텁게 했고, 바셀루스 대신 '대구의 왕' 세징야를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후반 20분 전북 하파 실바의 슈팅이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전북의 공세가 좀처럼 결실을 맺지 못하자 김상식 감독은 후반 23분 송민규를 빼고 구스타보를 투입했다. 전북이 대구의 골문을 위협했지만 대구가 끈끈한 수비로 맞섰다. 전북 원정팬들의 "정신차려, 전북!" 함성에 맞서 대구 팬들이 "위 아 대구!"를 외쳤다. 후반 31분 김진수의 크로스에 이어 구스타보의 헤더가 빗나갔다. 후반 32분 대구 수비 홍정운이 근육경련을 호소하며 실려나왔으나 통증을 참아가며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갔다. 국대 5명의 전북은 대구만큼 간절하고 유기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후반 35분 세징야의 날카로운 프리킥을 정민기가 슈퍼세이브로 막아냈다. 경기는 뜨거워졌다. 후반 40분경 세징야와 전북 수비가 충돌하며 양팀 선수들이 맞서는 일촉즉발 상황까지 연출됐다. 추가시간 7분, 전북의 파상공세 끝 세징야의 역습 한방이 작렬했다. '대구의 왕' 세징야가 상대 골망을 뚫어냈다. 뜨거웠던 경기는 결국 대구의 2대0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대구라는 자부심' 대구가 2021년 5월 23일(1대0 승) 이후 1년10개월만에 감격승을 기록했다. 2023년 K리그1 대구의 첫 승이었다. 대팍 개장 이래 역대 최다관중 앞에서 대구가 전북을 이겼다.
대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