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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역사는 반복됐다. 또 참사다. 동아시안컵 4연패의 꿈이 날아갔다.
그 상대가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 될 일본이어서 더 큰 충격이다. 벤투 감독은 누구보다 한일전의 중요성을 잘 아는 감독이다. 2018년 여름 한국 지휘봉을 잡아 지난해 3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A매치 친선전에서 0대3으로 참패하며 입지가 흔들린 기억이 있다.
게다가 이번 대회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본선을 넉 달 앞두고 열렸다. 대회 4연패를 통해 좋은 분위기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벤투 감독은 1년 4개월만에 일본 적지에서 또 한 번 악몽같은 밤을 보냈다.
한일전을 각급 연령별로 확장할 경우, 더 암울한 결과가 도드라진다. 지난해 3월 성인대표팀(친선전), 지난 6월 23세이하팀(아시안컵)과 17세이하팀(인터내셔널 드림컵)이 하나같이 일본에 0대3으로 패했다. 1년 4개월 동안 일본에만 0대3 스코어로 4연패를 했다. '0'과 '3'은 현재 한국과 일본 축구의 레벨 차이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번 대회에 나선 네 팀 중 가장 베스트 전력에 가까운 팀은 한국이었다. 중국과 홍콩은 젊은 자원을 대동했다. 일본은 베스트와 백업 자원이 대부분 유럽파다. 이번대회에 참가한 선수 중 A매치 5경기 이하만 18명이다. 쐐기골을 넣은 마치노 슈토는 이번 경기가 A매치 3번째 경기였다.
반면 한국은 김진수 송민규 백승호(이상 전북) 황인범 나상호(이상 서울) 조규성 권창훈(이상 김천) 조현우(울산) 등 '완전체 대표팀'에서도 주력인 자원을 대거 기용했다. 중국 홍콩전엔 새로운 얼굴을 실험한 벤투 감독은 일본전엔 가용 가능한 베스트 멤버를 내세우며 우승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사실상의 일본 3군을 상대로 결과와 내용을 모두 놓쳤다. 벤투 축구의 기조인 '빌드업'에만 치중할 뿐, 압박, 강도, 조직력, 정신력, 개인기 무엇 하나 일본에 앞서는 게 없었다. 전반에는 소마 유키의 슛이 골대에 맞고 나왔지만, 후반에는 행운조차 따르지 않았다. 후반 4분 소마, 18분 사사키 쇼, 27분 마치노에게 연속실점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3골차로 벌어진 이후로도 맥을 추지 못한 채 수비하기 급급했다. 후반 30분까진 유효슛 하나 날리지 못했다. '길을 잃은 아이'처럼 우왕좌왕했다. 일본이 더 강하게 압박하는 터라 반전의 기미 조차 보이지 않았다. 일본 홈팬 앞에서 한국 선수들은 고개를 떨궜다. 말이 필요 없는 참사를 당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