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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북의 우승DNA는 진리...울산의 빅매치 징크스는 뼈아팠다[K리그 현장]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10-26 06:00


2020 K리그1 26라운드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가 25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렸다. 전북 바로우가 선취고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울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10.25/

'이겨야 할 경기는 이겨야 한다. 잡아야할 팀은 반드시 잡는다.'

스포츠에서 '우승 DNA' '위닝멘탈리티'란 이런 것이다. 'K리그 우승 결정전'으로 명명된, 올 시즌 마지막 '현대가 더비'의 명운을 가른 건 바로 이 위닝멘탈리티였다.

울산 현대가 끝내 전북 현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또 다시 빅매치에서의 치명적인 실수가 승부를 갈랐다. 15년만의 우승 꿈이 또다시 멀어져가고 있다.

리그 선두 울산은 25일 오후 4시30분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0' 26라운드 리그 2위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0대1로 패했다.

올 시즌 울산은 전북에 2전패했다. 울산은 25라운드까지 단 3패를 기록했고, 이중 2패가 전북전이었다. 11라운드 대구전 이후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울산은 9월 이후 파이널라운드에서 대구에 비기고 포항에 패하며 위기를 맞았다. 직전 경기에서 울산은 포항에 0대4로 지고, 전북은 광주에 4대1로 대승하면서 1-2위팀의 승점이 같아졌다.

이날 절체절명의 마지막 승부, 김도훈 울산 감독은 "우리가 잘하는 것을 담담하게 하겠다"고 했다. 올 시즌 울산에 진 적 없는 '절대 1강' 전북은 여유가 넘쳤다. 모라이스 감독은 경기 전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단 10초 발언했다. "우리가 하던 대로 자신있게, 재미있게 즐겨라." 90분 후 결과는 전북의 승리였다. 지난해 최종전에서 전북에 역전우승을 내줘야 했던 울산의 악몽이 재현됐다.

전반: K리그 1-2위다운 빅뱅… 조현우 PK 선방

전반 초반 울산이 점유율을 가져갔지만 전북은 날선 닥공으로 맞섰다. 전반 7분 주니오의 단독 쇄도 찬스를 전북 수비가 막아섰다. 전반 15분 이 용의 크로스에 날이 섰다.전반 16분엔 김민혁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했다. 빠른 템포, 일진일퇴의 공방이 뜨거웠다. 전반 22분 윤빛가람의 수비벽을 훌쩍 넘긴 날카로운 프리킥이 골대를 강타했다. 전반 24분 전북 이승기의 슈팅을 조현우가 받아냈다.


전북은 이승기, 이 용의 오른쪽 라인을 중심으로 맹공을 이어갔다. 전반 35분 울산에 아찔한 상황이 나왔다. 김인성의 핸드볼 파울이 선언됐다. 전북 골잡이 구스타보가 11m 골대 앞에 섰다. 그러나 울산에는 '빛현우' 조현우가 있었다. 구스타보의 슈팅과 동시에 조현우가 전광석화처럼 오른쪽으로 몸을 던지며 막아섰다. 울산의 수호신이었다. 문수벌에 우레와 같은 클래퍼 박수가 뜨겁게 울려퍼졌다.

전반 44분 전북의 역습, 반박자 빠른 조규성의 발리 슈팅이 골대를 강타했다. 전반 추가시간, 주니오의 박스 안 크로스에 이은 이청용의 회심 슈팅이 골대를 벗어나며 휘슬이 울렸다. 리그 1-2위다운 100% 경기력. K리그 팬들이 환호하기에 충분한 경기력이었다. 전반 45분이 눈깜짝할 새 지나갔다.

후반: 울산, 뼈아픈 실책 '빅게임 징크스'… 자력우승 무산

후반 울산은 강공으로 나섰다. 안방 팬들 앞에서 승리 의지를 분명히 했다. 최전방 주니오가 기민하게 움직였다. 후반 9분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조규성을 빼고 발 빠른 바로우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13분 바로우의 크로스에 이은 한교원의 헤더를 울산 수문장 조현우가 막아냈다. 울산도 강하게 맞섰다. 후반 14분 김인성의 문전쇄도에 이은 슈팅이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그러나 후반 18분 울산 수비라인의 어이없는 실책이 승부를 갈랐다. 울산 김기희의 백헤더가 뒤로 흐르는 순간 전북의 발빠른 바로우가 쇄도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천하의 조현우도 손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울산은 0-1로 뒤지는 상황에서 집요하게 동점골을 노렸다. 후반 43분 전북 이 용의 파울로 얻어낸 프리킥, 윤빛가람의 킥이 골대를 강타했다. 후반 추가시간 윤빛가람의 간절한 슈팅마저 불발됐다. 끝내 울산의 동점골은 터지지 않았고, 종료 휘슬이 울렸다. 망연자실한 김기희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며 자책했다.

전북은 울산을 꺾으면서 사상 첫 4연패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우승을 향한 9부 능선을 넘었다. 이제 울산의 자력우승은 불가능하다. 11라운드 이후 줄곧 1위를 지켜온 울산(승점 54)이 전북(승점 57)에게 선두를 내주고 승점 3점 차 2위로 내려앉았다. 내달 1일 마지막 광주와의 홈경기를 잡고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지난해 전북에 다득점 1골차로 역전 우승을 내준 데 이어 2년 연속 우승을 뺏길 위기다. 전북이 대구와의 최종전에서 비기거나 이길 경우, 즉 패하지만 않는다면 역전우승, 리그 4연패가 확정된다.

누구에게도 져서는 안되는 팀, 잡아야할 경기는 반드시 잡고 마는, 전북의 무시무시한 '우승 DNA' 과학이 가 이번에도 결국 통했다. 승리의 기운으로 무장한 전북은 전반 페널티킥을 놓치고도 후반 원샷원킬의 기회를 살려냈다. 15년만의 우승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했던 울산은 후반 단 한 번의 치명적 실책에 울었다.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승리 직후 '전북의 우승 DNA는 어디서 나오느냐'는 질문에 "전북에서 일하면서 올해는 우승 못하겠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선수를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날 주니오를 꽁꽁 묶어낸 전북 센터백 홍정호는 같은 질문에 "나도 신기하다. 강팀에게 강했고 이겨야 할 팀에 이겼다. (이)동국이형의 존재가 크다. 동국이형이 가운데서 지켜주며 선수들을 이끌어준다"고 답했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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