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청용 결승골'울산,'기성용 25분'서울에 3대0 완승[K리그1 현장리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08-30 19:22



"서울을 상대로 만나는 건 상상해본 적 없다."(울산 현대 이청용) "(이)청용이를 K리그에서 만나게 되면 기분이 묘할 것같다."(FC서울 기성용)

프로의 세계는 때로 상상해본 적 없는, 묘한 현실을 이끈다. 이청용의 울산과 기성용의 서울이 30일 오후 5시30분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0' 18라운드에서 격돌했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동반출전한 건 2009년 7월 19일 서울-강원전이었다. 볼턴행을 앞둔 이청용이 1골을, 몇달 후 스코틀랜드 셀틱행을 택한 기성용이 2도움을 기록했다. 서울과 한국축구의 한시대를 풍미한 '젊은 피' 쌍용이 30대 베테랑이 돼 앞서거니 뒤서거니 K리그1로 돌아왔다. 11년 1개월 11일만에 다시 만난 K리그 그라운드, 얄궂게도 이들은 동료가 아닌 적이었다. 11년 전 서울을 떠날 때만 해도 엇갈릴 운명을 미처 알지 못했다. 그렇게 성사된 2020년 K리그 첫 '쌍용더비', 승자는 이청용의 울산이었다. '축구도사' 이청용이 선제골로 울산의 3대0 완승을 이끌며 리그 선두를 지켜냈다.

전반: 이청용 친정에 비수골-주니오 21호골

예상대로 이청용은 선발로, 기성용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0-0의 팽팽하던 흐름을 깬 건 다름아닌 이청용이었다.

전반 18분 캡틴 신진호의 크로스에 이은 문전 혼전상황, 주니오의 헤더가 빗나간 후 서울 수비 김남춘을 맞고 흐른 볼을 이어받은 이청용이 가슴으로 트래핑한 후 감각적인 터닝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시즌 4호골. 골 세리머니는 없었다. 동료들과 조용히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가장 사랑하는 팀, 친정 서울을 향한 예우였다. 김도훈 울산 감독이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벤치의 기성용은 선배 박주영과 조용히 귀엣말을 나눴다.

전반 27분 조영욱의 야심찬 슈팅이 골대를 훌쩍 넘겼다. 이날 '서울 출신 울산 에이스' 고명진, 김태환의 활약도 발군이었다. 김태환의 날선 침투패스를 이어받은 고명진이 박스로 쇄도하던 중 서울 수비수 김남춘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페널티킥(PK) 판독 VAR 끝에 고명진의 오프사이드가 판명됐다. 울산의 압도적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반 41분 '골무원' 주니오까지 출근도장을 찍었다. 고명진의 코너킥 직후 문전으로 달려든 주니오가 골망 윗부분을 흔들었다. 18경기에서 21호골, 2경기 연속골, 득점 1위 레이스를 이어갔다. 서울은 주니오를 저지하던 센터백 황현수가 부상으로 물러나는 악재속에 세트피스로만 2골을 내주며 전반을 0-2로 마쳤다.


후반: 후반 20분 기성용 투입, '쌍용매치'가 성사됐다


후반 시작과 함께 울산은 22세 이하 공격수 박정인 대신 윤빛가람이 투입됐다. 이청용과 윤빛가람의 눈빛 호흡이 통했다. 후반 2분 이청용의 패스를 이어받은 윤빛가람의 중거리 슈팅이 아쉽게 빗나갔다. 후반 4분 윤빛가람의 크로스에 이은 이청용의 헤더가 빗나갔다. 후반 7분 울산은 종아리 통증을 호소하는 고명진 대신 이동경을 투입하며 공세를 높였다. 후반 11분 이청용의 분투는 눈부셨다. 빠르게 중원을 허물며 내달려 이동경에게 볼을 연결했다. 이동경의 슈팅이 수비에 막힌 후 엔드라인까지 달려가 기어코 볼을 살려냈다. 사이드라인의 기성용이 몸을 풀며 절친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서울은 후반 15분, 조영욱을 빼고 고요한을 투입했다. 이어 후반 20분 김호영 서울 감독대행이 마침내 '기성용 카드'를 빼들었다. 'FC서울 8번' 기성용이 돌아왔다. 2009년 11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의 경기 이후 무려 3935일만에 K리그 그라운드에 다시 섰다. 팬들이 고대하던 '쌍용 매치'가 성사됐다. 이청용과 기성용은 2015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각각 크리스털 팰리스와 스완지 시티 소속으로 맞대결을 펼친 이후 5년만에 K리그 무대에서 자존심을 건 맞대결이 시작됐다.

중원에서 기성용은 울산 캡틴 신진호와 치열하게 충돌했다. 기성용, 고요한 등 베테랑의 가세 후 윤주태, 한승규 등서울의 공격이 살아났다. 후반 30분 기성용표 대지를 가르는 롱패스가 작렬했다. 오른쪽 측면 윤주태의 발밑에 떨어진 볼은 한승규의 슈팅까지 이어졌다. 후반 33분 윤주태의 오른발 슈팅마저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후반 39분 이청용에게서 시작된 찬스에서 이청용, 이동경, 박주호가 잇달아 골을 놓치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교체투입된 정훈성의 눈부신 역습과 함께 '마수걸이' 쐐기골까지 터지며 울산이 3대0으로 완승했다. 전북-강원전 결과와 관계없이 선두를 지켜냈다. 2018년 4월 14일 1대0 승리 이후 9경기에서 7승 2무 서울전 불패 기록, 전북전 패배 이후 9경기 무패기록(8승1무)을 이어갔다. 첫 '쌍용더비'의 승자는 이청용이었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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