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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의료진 덕분이다. 의미 있는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다."
2020년 5월 8일, 전세계의 시선이 대한민국으로 집중됐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새 시즌의 돛을 올리는 역사적인 날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을 넘어 전세계 축구 팬들의 관심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전북과 수원의 K리그1(1부 리그) 공식 개막전은 36개국에 중계됐다. '축구종가' 영국을 비롯해 독일, 호주, 아프가니스탄 등 세계 곳곳에서 K리그 개막을 손꼽아 기다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12월 스위스 소재 스포츠 중계방송권 판매업체인 '스포츠레이더(Sportradar AG)'를 해외 중계권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후 3월까지 약 4개월 동안 10개국(중국, 마카오, 홍콩,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몬테네그로, 마케도니아, 코소보)에 송출되는 3개 플랫폼에 K리그 중계권을 판매했다. 코로나19로 축구가 멈춰 버린 세상 속 K리그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졌다. 개막을 앞두고 중계권 판매가 폭주, 전북과 수원의 경기는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유튜브와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전세계에 무료 생중계되기도 했다.
뜨거운 관심 속 8일 뚜껑을 연 K리그. 이날 경기의 영웅은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41·전북)이었다. 후반 교체 투입된 이동국은 경기가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38분 천금 결승골을 폭발시켰다. 이동국의 결승골을 앞세운 전북은 1대0 승리를 기록하며 개막전에서 웃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활약한 바 있는 이동국은 영국 팬들의 추억까지 소환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히어로' 이동국은 득점 직후 카메라를 향해 왼손 위로 오른손 엄지를 들어올렸다. 그의 양 옆으로 김진수 홍정호 한교원 등 후배들이 늘어서 이동국과 똑같은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의료진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덕분에 챌린지'를 선보였다. 이동국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인데 의료진 덕분에 이렇게 축구를 할 수 있게 됐다. 누가 득점하더라도 이런 의미 있는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라운드 위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이동국이기에 코로나19 시대 개막이 더욱 뜻 깊었던 것이다.
이동국의 '덕분에 챌린지'는 방송과 SNS를 타고 전세계로 뻗어나갔다. 영국 언론 BBC는 문자 중계에서 '이동국의 동작은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한국 의료진의 헌신에 감사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발 빠르게 설명했다. 또 다른 영국 언론 가디언 역시 '이동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운 전세계 의료진을 향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언론 마르카도 이동국의 골 영상을 전하며 '이동국이 코로나19 시대 첫 골을 넣었다. 그의 세리머니는 우리가 알던 것과 달랐다. 거리 두기를 존중하는 세리머니였다'고 전했다.
이웃 국가 일본도 이동국의 '덕분에 챌린지' 의미를 전달했다. 지지통신은 '이동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들에게 경의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 스포츠닛폰 인터넷판 등도 이동국의 세리머니 사진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세계로 뻗어나간 가슴 따뜻한 세리머니는 K리그 개막 라운드 히트상품이었다. 선수들의 '덕분에 챌린지'는 그라운드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K리그1·2(2부 리그) 선수들은 경기 전 단체로 '덕분에 챌린지'를 선보이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9일 홈 개막전을 치른 인천은 '#의료진 덕분에 #인천시민 덕분에' 구호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골 세리머니 역시 '덕분에 챌린지'가 대세였다. 9일 열린 제주와 서울 이랜드의 경기에서는 주민규의 득점과 동시에 선수들이 '덕분에 챌린지' 포즈를 취했다. 수원에서 열린 수원FC와 대전의 대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안병준(수원FC)과 안드레 루이스(대전)의 골에 양 팀 선수들은 엄지를 들어올렸다. 10일 열린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포항스틸야드에서 펼쳐진 포항과 부산의 경기에서는 일류첸코(포항)가 '덕분에 챌린지'로 의료진을 향해 감사를 전했다.
코로나19를 이겨내고 그라운드에 다시 선 K리그. 축구장을 수놓은 수많은 '덕분에 챌린지'는 한국을 넘어 전세계를 향한 응원의 메아리를 울렸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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