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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삭감 둔 동상이몽, K리그는 유럽과 상황이 다르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0-04-14 07:00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스포츠 시계가 멈췄다.

일부 리그, 일부 스포츠가 재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상 모든 스포츠가 중단됐다. 비단 경기장 만이 아니다. 스포츠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산업들도 멈춰 섰다. 경기가 열리지 않으니, 돈이 돌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리고 있다. 몇몇 구단은 벌써부터 파산 이야기가 돌고 있다.

때문에 나오고 있는 이야기가 임금 삭감이다.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빅리그는 물론 하부리그 등에 임금 삭감 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미국에서도 서서히 임금 삭감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 스포츠는 비교적 잠잠하다. 시즌을 조기에 마친 배구, 농구는 물론 축구와 함께 개막이 연기된 야구는 조용한 모습이다. 축구가 침묵을 깼다. 4대 프로 스포츠 중 처음으로 임금 삭감에 나섰다. 선수들이 아닌 직원들이 임금을 '자발적으로' 깎았다.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이 임직원들이 임금 삭감을 한 것을 시작으로, 울산과 부산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임원이 20%, 직원이 10%의 임금을 삭감하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대한축구협회의 수장 정몽규 회장은 부산의 구단주, 권오갑 연맹 총재는 울산의 구단주다. 거의 같은 시각, 이들 4개 단체의 보도자료가 나왔다.

타 종목과 달리, 유독 축구에서 임금 삭감 이야기가 이어졌고, 첫번째 결과물까지 나왔다. 그렇다면 왜 축구일까. 4대 프로스포츠 구단 모두 모기업 혹은 지자체의 지원을 바탕으로,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는데 왜 유독 축구에서만 임금 삭감이 자주 언급됐을까. 역시 유럽 때문이다. 축구의 본고장 유럽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5대 리그는 물론, 유럽축구연맹 산하 대회 등이 모두 중단됐다. 이로 인해 빅클럽 할 것 없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클럽들은 임금 삭감에 나섰고, 그 소식이 연일 국내에 전해졌다. 이에 맞춰 몇몇 국내 언론에서는 K리그가 동참하지 않는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유럽과 K리그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유럽은 말그대로 축구가 완전히 멈췄다. 단순히 리그 중단이 아니라, 선수들이 아예 축구와 멀어져 있다. 최근 들어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자가격리로 훈련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무노동인 셈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중심으로 반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삭감에 동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K리그는 아직 리그의 문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선수들이 함께 모여 훈련을 하고 있다. 쉽게 말해 공장은 돌아가지 않고 있지만, 회사에 출근해서 일은 하고 있는 것이다.


재정 구조도 차이가 크다. 유럽 프로팀의 수입 근간은 '매치(경기)'에서 출발한다. 경기를 해야 관중이 모이고 티켓 수익이 발생한다. 부수적으로 유니폼 등 파생 상품, 먹거리 등도 팔 수 있다. 결정적으로 관중이 모인 경기 콘텐츠를 TV 중계사에 팔 수 있다. 이 규모가 커지면 돈을 주고 스폰서를 하겠다는 후원사도 늘어난다. 그런데 경기를 안 하면 현금이 원활하게 돌지 않는다.

유럽 클럽들의 임금 지불은 주간 단위로 돌아간다. 구단 마다 재정 상황은 다르지만, 스폰서 규모가 차원이 다른 맨유, 레알 마드리드 정도를 빼고는 현금을 통장에 쌓아놓고 살지 않는다. 톱 클래스 선수들의 수억원에 달하는 주급을 주기 위해선, 매주 경기가 열리고 홈 경기장이 가득차야 짜놓은 자금 흐름 대로 돌아간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리그가 중단되며 모든 수익이 끊겼다. 당장 입장권 수익이 끊긴데다, 중계가 되지 않으니 중계권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가장 손쉬운 비용 절감법으로 선수단 연봉에 손을 댔다.


반면 K리그 수입은 아쉽지만, 여전히 모기업 혹은 지자체의 지원이 대부분이다. 전부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같은 지원금은 대개 지난해 확정됐다. 대부분 구단들이 이미 1년 예산을 확보했다는 이야기다. 물론 관중 수익과 스폰서 계약 등에 문제가 생기며, 당초 계획보다는 재정 규모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워낙 비중이 작아,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나마도 전북, 서울, 수원 정도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 아이러니한 구조로 인해 오히려 임금 삭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로 경제 전체가 어려워진 만큼, 스포츠만 피해갈 수는 없다. 모기업과 지자체의 재정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한국 프로스포츠의 기형적 구조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많은 그룹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예산의 상당부분을 긴급재난기금으로 지급한 지자체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분명 스포츠단에 위기가 올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애꿎은 피해자가 나오면 안된다. 아직 리그 중단으로 인해 피해 규모도 정확히 정리되지 않은 채, 직원들 임금부터 깎았다. 대출에, 카드빚에 허덕이는 일반 직원들에게 10%는 상상 이상으로 큰 금액이다. 아이러니하게도 K리그에 임금 삭감 이야기를 불러온 유럽은 직원들의 임금을 보존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선수들은 여전히 잠잠하다. 물론 선수들도 할말은 있다. 선수들 역시 개막 연기로 당장 수당이 상당 부분 깎였다. 무엇보다 수십억, 수백억을 버는 유럽 선수들과 수익 규모가 다르다. 일반 직장인들과 달리,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이 짧은 선수들에게도 임금 삭감은 분명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힘든 K리그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회피해서도 안된다.

때문에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장 누구의 희생만을 강요할 수 없다. K리그의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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