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시장 '큰손'된 강원, 2020시즌 태풍의 핵으로 진화중

강원FC 김병수 감독. 사진=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강원도의 힘'. 이번 겨울 K리그 이적 시장을 휩쓸고 있는 테마 중 하나다. 2019시즌 상위 스플릿 진출 성과를 이뤄낸 강원FC가 겨울 이적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막 돈을 쓰는 것도 아니다. 정확한 전력 현황 분석을 바탕으로 취약 포지션 강화를 위해 비교적 몸값이 저렴하면서도 '알짜배기'인 선수들을 끌어 모았다.

또한 이렇게 강원 유니폼을 입게 된 선수들은 하나같이 '병수볼'로 불리는 김병수 감독의 축구에 대한 호기심과 열의에 가득찬 입단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축구계 일각에서도 이 같은 강원의 광폭 행보에 서서히 주목하고 있다. 강원이 끌어 모은 선수들의 면면, 그리고 이들과 김 감독 사이의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할 때, 강원FC가 2020시즌에 적잖은 파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일간 9명 폭풍 영입, 아직 다 끝난 거 아니다

2019시즌을 아쉽게 6위로 마무리한 뒤 김병수 감독과 전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김 감독은 지난 시즌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새 시즌에 대한 각오와 계획을 '살짝' 언급한 바 있다. 김 감독은 "올 시즌(2019시즌)은 '기초공사'를 잘 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을 시작점이라고 한다면, 내년에 희망을 가져봐도 되지 않을까 한다. 최소한 올해 만큼의 성과를 내고 싶다"면서 "시즌 후 선수 보강 등에 주력해서 더 강한 팀을 만들겠다"고 말했었다.

포인트는 '시즌 후 선수 보강'이라는 말에 있었다. 김 감독에게는 자신의 구상을 잘 실현해 줄 선수들이 더 많이 필요했다. 지난 시즌 후반에 핵심 선수들의 부상으로 고전할 수 밖에 없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구단 측이 김 감독의 이런 구상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 우선적으로 김 감독과 다년 계약을 체결한 강원은 본격적으로 선수 영입에 나섰다.

강원의 전력 보강이 정점을 이룬 건은 이번 주말 사흘 동안이다. 지난 3일부터 5일, 금~일 사흘 간 무려 9명의 선수 영입을 발표했다. 신인 2명(박경배, 권재범)을 빼고 실질적으로 전력에 보탬이 될 만한 7명의 선수들을 FA영입, 트레이드 등 다양한 형태로 끌어 모았다.

면면도 알차다. FA 최대어 중 하나로 평가받은 수비수 임채민을 성남FC에서, 공격수 고무열을 전북 현대에서 각각 영입했다. 이어 채광훈 신세계 김영빈 이병욱 이범수 등이 주말 3일간 강원의 일원이 됐다. 포지션도 골키퍼(이범수), 수비수(임채민 채광훈 신세계 김영빈 이병욱) 공격수(고무열) 등으로 다양한데, 2019시즌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의 양적, 질적 강화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병수볼 시즌2, 태풍을 일으키나

그런데 축구계 일각에서는 "강원의 선수 모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일단 현재까지는 주로 수비진 보강에 주력했지만, 공격진 보강도 소흘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베테랑 골잡이 정조국이 빠진 자리를 채워야 하고, 외국인 선수 구성도 남아있다. 그래서 강원의 '통 큰 구매'가 계속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

어쨌든 현재까지만 보면 강원의 행보는 매우 눈에 띈다.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거침없이 전진하는 형국이다. 2019시즌을 통해 김 감독 뿐만 아니라 구단 역시 팀 운영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생긴 듯 하다. 오랜만에 현장과 프런트가 좋은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보통 비 시즌에 이런 형태로 전력 보강이 알차게 이뤄지고, 팀의 리더십에 확실한 파워가 부여된다면 다음 시즌에 좋은 성적을 기대해볼 수 있다. 그간 전력 보강 등에 다소 소흘했던 강원이 본격적으로 2020시즌 선두권 도전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셈이다. 한 축구계 인사는 "올 시즌 강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전력을 보강한 상태에서 김병수 감독의 축구가 확실히 자리잡는다면 아주 무서운 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원의 진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이원만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