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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준의 발롱도르]손흥민, 무리뉴 체제 하에서 더 빛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9-11-24 10:31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무리뉴라는 새로운 날개를 단 '손샤인' 손흥민(토트넘)이 펄펄 날았다.

토트넘은 23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런던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과의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3라운드 경기에서 3대2로 이겼다. 이날은 조제 무리뉴 감독의 데뷔전이었다. 토트넘은 지난 20일 팀의 전성시대를 이끌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이유는 성적부진이었다. 지난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던 토트넘은 올 시즌 중하위권으로 추락했다. 토트넘 운영진은 포체티노 경질 후 단 11시간만에 새로운 감독을 임명했다. 무리뉴 감독이었다.

지난해 12월 맨유에서 경질된 무리뉴 감독은 해설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최전성기에서 내려왔다는 평가를 받던 무리뉴 감독이지만 여전히 핫했다. 쉬는 기간 동안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등의 러브콜을 받았다. 새로운 행선지는 한때 스스로 "절대 가지 않겠다"고 했던 토트넘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토트넘은 내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다음 시즌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취임일성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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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훈련하지 않았지만, 무리뉴 체제로 변신한 토트넘은 확 달라졌다. 첫 경기부터 승리를 거머쥐었다. 토트넘은 두 달여만에 EPL에서 승점 3을 챙겼다. 후반 막판 집중력이 무너지며 힘겨운 승리를 챙겼지만, 이전까지는 거의 완벽한 경기였다. 선봉장은 단연 손흥민이었다. 4-2-3-1의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무리뉴호 첫 골을 비롯해 1골-1도움을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전반 36분 델레 알리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상대 센터백 이사 디오프를 절묘한 개인기로 제친 후 왼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3경기 연속골이자 리그 4호골, 시즌 9호골. 전반 43분에는 역시 알리의 패스를 받아 왼쪽 측면을 무너뜨린 후 절묘한 크로스로 루카스 모우라의 두번째 골을 도왔다.

손흥민은 포체티노 감독의 경질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선수 중 하나다. 알려진대로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가장 잘 활용한 지도자였다. 포체티노 감독은 2015년 여름 손흥민의 영입을 진두지휘했다. 사우스햄턴 시절부터 손흥민을 지켜본 포체티노 감독은 가능성 있는 공격수였던 손흥민을 유럽 정상급 공격수로 키워냈다. 레버쿠젠 시절 왼쪽 측면 공격수로 한정됐던 손흥민을 오른쪽 공격수, 중앙 공격수, 원톱, 투톱 자원 등 다양하게 활용하며 그의 잠재력을 끌어냈다. 손흥민은 속도를 강조하는 포체티노식 공격축구의 총아였으며, 최근 다른 선수들이 부진한 와중에도 가장 믿음직한 활약을 펼쳤다. 포체티노 감독이 떠난만큼, 빅클럽의 관심을 받고 있는 손흥민 역시 팀을 떠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에게 새로운 도약을 안겨줄 수 있는 감독이다. 첫 경기부터 증명했다. 무리뉴 감독은 부임한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토트넘의 전체적인 시스템을 뜯어고쳤다. 일단 수비 안정화에 초점을 맞췄다. 포체티노 감독 체제 하에서 배제되던, 수비력이 좋은 미드필더 에릭 다이어가 중용됐고, 좌우 풀백 역시 적극적인 공격가담 보다는 무게 중심을 뒤에 두는 모습이었다. 공격은 후방 빌드업 대신 보다 직선적이고, 빠른 역습에 초점을 맞췄다. 속도가 좋은 모우라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델레 알리를 축으로 좌우 측면을 적극 활용한 토트넘은 이전과는 또 다른 매력의 축구를 선사했다.


손흥민은 단연 무리뉴식 축구의 중심이었다. 뒷공간을 쉴새없이 파고드는 손흥민을 향해 롱패스가 집중됐다. 손흥민은 공을 잡거나, 잡지 못했을때도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사실 무리뉴 감독은, 맨유에서는 자원의 부족으로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지만, 윙포워드를 누구보다 잘 활용하는 감독 중 하나다. 첼시, 레알 마드리드 등에서 아르연 로번, 조 콜, 플로랑 말루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앙헬 디 마리아 등을 중용하며 숱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공간을 이해하는 움직임, 양발을 활용한 마무리 능력까지 보유한 손흥민은 무리뉴식 축구에 딱 맞는 선수다. 무리뉴 감독은 이미 평론가로 활동하며 여러차례 손흥민의 능력을 칭찬한 바 있다.

손흥민과 무리뉴는 첫 경기부터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맨유에서 실패한 무리뉴 감독은 다시 한번 성공을 꿈꾸고 있다. 아마도 자신이 가장 잘하는 축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 토트넘은 무리뉴식 축구를 할 수 있는 자원들이 풍부하다. 무리뉴 감독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현재 스쿼드에 만족한다"는 말을 여러차례 꺼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격의 중심은 단연 손흥민이 될 전망이다. 무리뉴의 손을 거친 다른 윙어들이 단숨에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랐던 것처럼 손흥민 역시 무리뉴 체제에서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무리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토트넘은 성적으로나, 혹은 경기 외적인 이슈로 EPL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무리뉴라는 날개를 단 손흥민은 더 빛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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