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변 당한 K리그1 팀들, FA컵 이변 발생 이유는?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9-04-18 15:42


◇K리그1 경남에 1대2로 분패한 포천시민축구단 선수들.  사진제공=KFA

"오히려 강원같은 K리그1 팀이 훨씬 낫습니다."

FC서울과 강원FC의 FA컵 4라운드 경기가 열린 17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경기 전 서울 최용수 감독은 추첨 결과 FA컵 4라운드 상대로 같은 K리그1 팀인 강원이 걸린 것에 대해 차라리 편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FA컵은 프로, 아마추어를 통틀어 최강팀을 가리는 무대. 하지만 상위 라운드로 갈수록 결국 살아남는 팀들은 프로팀들이다. 그 중 상위리그 팀들의 생존 확률이 훨씬 높다. 객관적 전력이 월등히 앞서기 때문. 큰 경기 중압감을 이겨내는 힘도 다르다.

프로팀 입장에서는 대학팀이나 내셔널리그팀들을 만나는 게 훨씬 수월할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최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최 감독은 "역대 FA컵 경기 중 K3, 내셔널리그, 대학팀 등을 상대로 원하는 경기를 했던 기억이 거의 없다. 힘든 경기들만 있었다. K리그 팀과의 경기보다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감독의 서울은 강원에게 2대3으로 패했다. 하지만 다른 K리그1 상위권 팀들의 충격은 더 컸다. 리그 선두 울산은 대전 코레일에게 0대2로 완패했다. 대충 경기를 한 것도 아니다. 나름 주전급 선수들을 투입했지만, 초반 경기가 꼬이며 상대에 흐름을 내줬다.

리그 3위 전북 현대는 K리그2 안양FC에 덜미를 잡혔다. K리그2 소속이라 해도 분명 레벨 차이가 있고, 특히 전북이라면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강팀이기에 안양전 패배는 이변이다.

이 뿐 아니다.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는, FA컵에서도 청주FC에 0대1로 패했다. 제주유나이티드는 강릉시청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전 끝에 신승했다. K리그2 선두를 달리고 있는광주FC는 안동과학대에 하마터면 승부차기 끝에 패할 뻔 했다.

올해 뿐 아니다. 해마다 FA컵에서는 믿기 힘든 이변이 연출된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먼저 멘탈 싸움이다. 상위 리그팀들의 경우 감독이 선수들에게 아무리 정신적 무장을 강조한다 해도, 한 수 아래 상대를 만나면 긴장감이 풀리기 마련이다. FA컵의 경우 관중도 리그 경기보다 적고, 방송 중계도 많지 않다. 화려한 무대에서만 뛰던 선수들이 긴장감을 갖기 힘든 구조다. 반대로 하위 레벨 팀들은 상위 프로 선수들과 맞붙을 기회가 거의 없다. '어차피 져도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달려들면, 상대 선수들이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최 감독이 가장 강조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전략, 전술적 문제도 있다. FA컵은 리그 일정 중간에 끼어들어간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문제다. 때문에 K리그1의 많은 감독들은 FA컵의 경우 4강, 결승 등 우승 기회가 앞에 있지 않은 경우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지 않는다. 많은 팀들이 로테이션을 돌려 그동안 뛰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다. 무늬는 K리그1이지만, 실제 전력은 그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다. 어쩌다 그라운드를 밟은 젊은 선수들이 긴장하고, 같이 호흡을 맞춰본적이 없는 선수들의 손발이 맞지 않으면 차라리 오랜 시간 훈련을 똘똘 뭉친 하위 리그 팀이 더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32강전에서 K리그1 상위 3팀이 모두 떨어져 나가는 이변이 연출됐다. 16강전에서도 K리그1 팀들이 자존심을 구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이런 이변의 드라마가 연출돼야 FA컵을 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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