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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운명'같은 복귀, 냉혹한 현실 속 최용수는 불타올랐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10-21 07:00



'이 어려운 시기, 왜 다시 서울을 맡았나'라는 질문에 최용수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운명이죠."

'독수리'가 다시 K리그로, 서울로 돌아왔다. 최 감독은 20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경기를 통해 복귀전을 치렀다. 11일 서울의 12대 감독으로 취임한 최 감독은 기자회견도 없이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강등 위기에 몰린 팀 재건에 몰두했다.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경기 전 만난 최 감독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다. "뭐든지 물어보라. 준비가 돼 있다"는 최 감독 특유의 너스레는 여전했다.

2년4개월만의 복귀였다. 최 감독은 2016년 여름 서울을 떠났다. 중국 슈퍼리그 장쑤로 이적했다. 중국에서도 성공 가도를 달리던 최 감독은 1년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야인이 됐지만 최 감독은 언제나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A대표팀, 올림픽대표팀, K리그, J리그 등 다양한 팀에서 그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 사이 방송으로 외도를 하기도 했다. 예능도 출연하고, 방송 해설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는 늘 현장이 그리웠다. 최 감독의 선택은 선수, 코치, 감독으로 모든 영광을 함께 한 서울이었다. "젊음과 청춘, 축구인생을 서울에 바쳤다. 1년 동안 밖에서 보면서 상당히 안타까웠다. 우리의 본 모습은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컸다."

돌아온 서울은 생갭다 더 문제가 많았다. "남 탓 할 필요가 없다. 선수들이 자신감이 떨어져 있더라. 더 잘할 수 있는데 장점을 보이지 못하더라. 내부의 보이지 않는 불신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격도, 수비도 다 따로였다.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골을 넣고도 불안해했다. 치열함이 사라지니 예전 같은 극장골도 줄었다. 일단 선수들의 마음을 다잡는게 우선이었다.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전에는 선수들을 좀 잡았는데, 지금은 많이 풀어주고 있다. 위축돼 있는 분위기 대신 더 시끌벅적했으면 했다. 다행히 선수들이 조금씩 분위기가 좋아지더라. 훈련 때도 상당히 진지해졌다."


당장 강등의 위험이 눈 앞에 있는만큼 결과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최 감독은 밖에서 축구를 보며 현대 축구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프랑스를 많이 봤다. 점유율 보다 효율적인 시간 싸움을 굉장히 잘하더라. 불필요한 패스를 줄이고 창의성,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축구를 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이상보다는 냉정한 현실 파악이 먼저였다. "지금 공격진을 데얀이나 몰리나 급과 비교할 수는 없다. 남은 경기는 4-3-3 혹은 3-5-2 카드, 두 가지를 가져갈 예정이다.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꾸려나갈 계획이다." 경기에 뛰지 못하며, 팀의 계륵으로 전락한 박주영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주영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경험과 결정적인 순간의 패스, 스킬은 인정해야 한다. 지금 최전방 자원들이 기대 이하인만큼 주영이를 활용할 생각이다. 주영이의 정서를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첫번째 경기, 최 감독은 냉혹한 현실과 마주했다. 서울은 무기력한 경기 끝 0대1로 패했다. 무승행진이 10경기(3무7패)로 늘었다. 강등의 위험은 더욱 커졌다. 최 감독은 경기 후 냉철하게 다시 한번 서울의 문제를 복기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졌지만, 아쉽다. 우리 실수로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줬다. 더 좋아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냉정한 마무리 없이는 승점도, 승리도, 자신감도 얻을 수 없다."

이제 하위스플릿에서의 남은 5경기는 매경기 결승전이나 다름없다. 최 감독은 당당히 각오를 다졌다. "어느 한 팀도 만만히 볼 수 없다. 집중력을 가지고, 반드시 분위기를 반전하겠다.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는 것도 지금 아니면 해볼 수 없는 기회다." 기자회견장을 나온 최 감독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었다. 그의 승부욕이 불타오른 듯 했다. '운명'이라던 그의 복귀는 어떻게 마무리될까.


제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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