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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출발이었다.
이번 로테이션은 체력적 부담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메달 획득을 위해선 1초라도 그라운드를 밟아야 한다. 팀이 메달을 따냈다고 하더라도 벤치에만 앉아있으면 메달을 받을 수 없다. 때문에 감독들은 조별리그에서 전력이 약한 팀을 상대할 때 비주전 선수들에게 출전시간을 부여하곤 한다.
하지만 과도한 로테이션이 조직력 붕괴를 일으켰다. 치명적이었다. 수비시 빌드업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허리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할 김건웅은 긴장한 탓인지 부정확하고 한 박자 느린 패스로 번번이 상대의 압박에 차단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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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황희찬은 월드컵 때와 마찬가지로 투박한 공격으로 수차례 득점기회를 날려버렸다. 전반 33분에는 김정민과 2대1 패스로 돌파를 시도한 황희찬은 완벽에 가까운 찬스에서 슈팅을 날렸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후반에도 슈팅이 수차례 골대를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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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건 손흥민의 효과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전반 게임 메이킹 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 후반 시작하자마자 김건웅 대신 황인범을 교체투입했다. 또 후반 12분 골 결정력을 높이기 위해 김정민 대신 아꼈던 손흥민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최전방에 황의조와 황희찬이 버티고 있어 2선에서 프리롤을 맡으며 파상공세에 가담했지만 전혀 손흥민의 장기를 보긴 힘들었다. 후반 20분 김진야의 크로스를 헤딩 슛으로 연결했지만 크로스바를 벗어났다. 후반 44분에는 아크 서클에서 날린 회심의 프리킥이 골포스트를 빗나갔다.
후반 교체로 인해 다소 공격력이 전반보다 나아졌고 후반 42분 황의조가 만회골을 넣긴 했지만 결과는 1대2 패배였다. 그야말로 '반둥 쇼크'다. 올림픽대표팀간 경기만 따지면 8년 만에 말레이시아에 패했다. 2010년 7월 25일 친선경기에서 0대1로 패한 바 있다. 이날 말레이시아전 경기력이라면 김학범호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꿈꾸는 건 사치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