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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재회한 사제'차범근→하석주,훈훈한 아이스버킷 릴레이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7-26 11:44



"20년만에 다시 만난 차범근 감독님께서 아이스버킷 챌린지 주자로 저를 지목해주셨습니다."

하석주 아주대 감독이 25일 오후 루게릭병 환우들을 돕기 위한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했다. 20년전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사령탑이던 차범근 감독이 24일 '왼발의 달인' 하석주 감독과 슈테판 아워 독일 대사, 아들 차두리 A대표팀 코치를 다음 주자로 지명했다.




캡처=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캡처=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멕시코전을 전후로 차범근 감독과 하석주 감독의 20년전 멕시코전은 새삼 화제가 됐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멕시코전 전반 28분 하석주의 짜릿한 프리킥 선제골, 3분 뒤인 전반 31분 하석주의 백태클 퇴장은 뼈아팠다. 하석주가 뛰지 않은 2차전에서 강호 네덜란드에 0대5로 대패하며 차범근 감독이 중도하차했다. 최종 3차전 벨기에전, 하석주의 필사적인 크로스에 이은 유상철의 동점골, 선수들의 붕대투혼에 힘입어 1대1로 비겼다. 하석주는 '1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치고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차 감독을 보면 죄송한 마음에 도망다녔다. '나로 인해 감독님이 경질됐다'는 자책에 시달렸다. "20년간 축구계 안팎에서 마주칠 기회가 많았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1998년 그날 이후 감독님을 차마 뵐 수가 없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사의 한 획을 그은 분인데… 그 일 이후 죄송해서 숨어 다닌다. 내겐 지금도 엊그제 일 같다.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팬들의 비난은 감수했는데, 감독님이 하차하신 것은… 너무 큰 죄를 지은 것 같아서… 지금도 상처로 생각하고 있다고 꼭 전해달라."

세월이 약이었을까. 러시아월드컵은 사제의 가슴에 응어리졌던 20년의 상처를 보듬는 계기가 됐다. 차 감독과 하 감독은 지난 2일 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녹화 스튜디오에서 20년만에 서로를 마주했다.

20년의 세월을 넘어 사제의 감동적인 만남이 성사됐다. 스승 차 감독은 "죄송합니다"라며 고개 숙이는 하 감독을 따뜻하게 끌어안았다. '상남자' 하 감독은 20년만에 다시 만난 은사의 품에서 눈물을 쏟았다.

하 감독은 "지난 20년 동안 일부러 피해 다녔다. 2번 정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멀리서 (차범근) 감독님이 눈에 보이면 도망갔다"라고 전했다. 차 감독은 "내가 만약 진작 하석주의 마음을 알았더라면 한 번 불러서 이야기도 하고 해야 했는데 지금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다시 만난 사제는 따뜻한 인연의 끈을 한여름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통해 이어가고 있다. 차 감독은 "루게릭병 환자들을 위한 병원을 짓기 위한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가하게 됐다. 은평구 국회의원으로 세월호 가족들을 위해 애를 많이 쓰고 계신 박주민 의원께서저를 지목해주셨다. 축구를 좋아하시는 슈테판 아워 독일 대사님과 제가 가장 사랑하는 우리아들 차두리 1998년 이후 20년만에 다시 만나 제자 하석주 감독을 지명하겠다"고말한 후 얼음양동이를 시원하게 뒤집어썼다. 차 감독이 아이스버킷의 바통을 서슴없이 하석주 감독에게 전달했고, 하 감독은 기꺼이 스승이 내린 미션을 수행했다. 'U리그 모범구단' 아주대 축구부의 열혈 서포터, 박형주 아주대 총장과 이삼구 아주대 축구부 후원회장에게 아이스버킷 바통을 넘겼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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