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그 많던 윙백은 다 어디로 갔을까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7-05 09:32 | 최종수정 2018-07-25 20:25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스웨덴의 조별 예선 첫 경기가 18일 오후(한국시각)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김민우가 태클로 클라에손을 저지하고 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6.18/

"윙백이 없다."

지난 몇년간 각급 대표팀 사령탑의 입에서 빼놓지 않고 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최근 한국축구가 나선 메이저대회마다 윙백은 가장 큰 고민이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그랬고, 2017년 U-20 월드컵에서 그랬다. 이번 러시아월드컵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진수(전북)가 쓰러진 왼쪽은 마지막까지도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오른쪽도 차두리 은퇴 후 대안 찾기에 골머리를 앓았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준비 중인 김학범 감독은 윙백 부재로 포백 대신 스리백을 택했을 정도다.

아이러니다. 측면은 한국축구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윙어들의 돌파 혹은 윙백들의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는 한국축구의 주요 공격루트였다. 윙어만큼이나 윙백들도 넘쳐났다. 박경훈 최강희 김판근 신홍기 하석주 이기형 최성용 등 수준급 윙백들이 계보를 이었다. 정점은 2002년 한-일월드컵이었다. 당시 대표팀의 좌우를 책임졌던 이영표 송종국 이을용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이 세명의 윙백은 대회 직후 나란히 해외진출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윙백으로 변신에 성공한 차두리를 비롯해 김동진 윤석영 등이 유럽을 누볐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한국축구의 윙백 계보가 끊겼다. 김진수 박주호 이 용 김창수 등이 가까스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점점 나이를 먹는 동안, 밑에서 치고 올라올 자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K리그에서도 수준급 윙백은 씨가 말랐다. 당연히 대표팀에서 뛸만한 자원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좋은 윙백은 드물다. 하지만 한국축구에는 그 정도가 심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윙백의 역할 변화를 첫 손에 꼽는다. 과거 윙백은 터치라인을 따라 주로 움직였다. 수비시에는 상대 윙어를 막았고, 공격시에는 오버래핑에 나섰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윙백의 역할이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박경훈 전주대 교수는 "현대축구에서 윙백은 단순히 측면 수비수가 아니다. 공격에 능해야 하고, 이제는 빌드업까지 책임져야 한다. 과거와 경기를 보는 시야자체가 달라졌다"고 했다. 최영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도 "현대축구는 측면에서 승패가 결정된다. 윙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지도자의 능력도 결정된다"고 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스웨덴의 조별 예선 첫 경기가 18일 오후(한국시각)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박주호가 부상으로 쓰러지자 신태용 감독이 손짓을 하고 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6.18/
현대축구를 선도하는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윙백을 가장 잘 활용하는 지도자다. 그는 공격시 윙백을 안으로 좁혀 거의 중앙 미드필더처럼 쓴다. 뿐만 아니라 스리백의 중앙 수비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다재다능해야 한다. 윙백의 몸값도 올라갔다. 5000만파운드짜리 윙백이 나왔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시즌 이 축구를 완성하기 위해 카일 워커, 다닐루, 벤자민 멘디까지 3명의 윙백을 데려오는데 무려 1억3300만파운드를 썼다. 그 결과는 승점 100점짜리 우승이었다.

환경은 달라지고 있고, 요구하는 것도 달라지고 있지만, 한국의 윙백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아래로 갈수록 이런 경향은 두드러지고 있다. 큰 무대를 경험했던 대표급 선수들은 그나마 현대축구의 시류를 따라가고 있는 반면, 연령별 대표 윙백들은 이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유소년을 가르쳤던 최진철 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은 "여전히 윙백은 연령이 낮은 리그에서 소외되는 포지션이다. 아직도 미드필더나 공격수에 사람이 몰린다. 고학년이 되면서 윙어에서 윙백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어렸을 때부터 윙백을 전문적으로 한 선수가 많지 않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도자다. 박 교수는 "역할은 달라지는데 지도법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영준 위원도 "여전히 학원, 유소년 축구에서는 팀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각 포지션 별로 정확한 기능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윙백은 특히 그렇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패싱게임을 앞세워 미드필드를 강조한 훈련을 너무 많이 한다"고 했다. 최진철 위원장 역시 "공격적으로는 어느정도 된다 싶은 선수 중 수비의 기본이 안된 선수들이 너무 많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그런 모습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윙백은 수비수다. 윙백의 자리에서 수비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춘 훈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선수들에 대한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최근 윙백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 중 하나는 얼리크로스다. 윙어들이 가운데로 이동하며 생긴 측면 공간을 윙백들이 주로 활용하는데, 그 마무리가 아쉽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도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의 정확도는 처참할 정도였다. 윙백 출신의 조성환 제주 감독은 "윙백들의 특징이 잘 보이지 않는다. 특징은 결국 개인 훈련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요즘 선수들이 이 부분에서 과거 선배들에 비해 아쉽다. 크로스는 순전히 연습으로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다"고 꼬집었다.

현대축구에서 윙백의 중요성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포백을 쓰든, 스리백을 쓰든 중심은 윙백이다. 윙백을 길러내지 않고는 세계에서 경쟁할 수 없다. 박 교수는 "과거 골키퍼나, 지금 홍명보 전무가 중앙 수비수를 키워내기 위해 하는 쉴드 프로젝트처럼 전문 윙백 육성 클리닉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미래과학 로봇 특강! 드론 날리기, 물놀이까지 '초중생 섬머 캠프' 선착순 100명!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