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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두 '언성 히어로'가 일군 4강, 잉글랜드 더 이상 '메이저 호구'가 아니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7-08 17:19


해리 맥과이어(왼쪽)와 조던 픽포드. ⓒAFPBBNews = News1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의 머리와 손에서 잉글랜드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4강행이 이뤄졌다. 28년 만이었다.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각) 잉글랜드는 스웨덴을 2대0으로 꺾고 1990년 이탈리아 대회(4위) 이후 4강 무대를 밟게 됐다. 잉글랜드는 더 이상 '메이저 호구'가 아니었다.

인생역전 주인공들이 쓴 드라마였다. 가장 먼저 전반 30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수비수 해리 맥과이어(25·레스터시티)는 이번 대회에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대표팀 감독이 야심차게 가동한 스리백의 한 축을 담당하며 물샐 틈 없는 수비력 뿐만 아니라 세트피스 상황에선 골 넣는 수비수로도 활약 중이다.


사진캡처=맥과이어 인스타그램

사진캡처=맥과이어 인스타그램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맥과이어는 국제대회가 열리면 서포터스 신분이었다. 잉글랜드 레플리카를 입고 프랑스로 건너가 소속팀 동료들과 유로2016을 관전하기도 했다. 21세 이하 대표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프로에선 지극히 무명이었다. 국가대표 발탁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인생이 뒤바뀌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헐시티에서 레스터시티로 둥지를 옮긴 맥과이어를 대표팀에 발탁, 러시아월드컵 유럽예선에서 주전 수비수로 중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월드컵은 또 다른 세계였다.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이었다. 개리 케이힐과 필 존스에게 이름 값과 경험 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맥과이어는 월드컵에서도 베스트 11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조별리그와 16강, 8강까지 5경기를 모두 선발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AFPBBNews = News1
맥과이어와 함께 또 한 명의 히트상품이 탄생했다. 골키퍼 조더 픽포드(24·에버턴)다. 픽포드는 이미 콜롬비아와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의 신으로 등극하더니 스웨덴전에선 수차례 슈퍼세이브로 팀의 4강행을 이끌었다. '경기 최우수선수'에도 선정되기도 했다.

픽포드는 유명 골키퍼의 놀림을 견뎌내기도 했다. 벨기에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는 아드낭 야누자이에게 결승골을 허용한 픽포드에 대해 "픽포드는 나보다 10cm가 작다"며 "나였음 잡았을 것이다. 픽포드의 팔은 던지는데 너무 바빴다"고 비꼬았다. 이후 논란이 일자 쿠르투아는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꺾고 4강에 오른 뒤 "픽포드의 키를 놀리려는 의도는 없었다. 픽포드는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나는 그저 내가 키가 좀 더 크기 때문에 막을 수 있었다고 얘기했을 뿐"이라고 변명했다.

이런 놀림에도 픽포드는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 4일 콜롬비아와의 16강에서 상대 다섯 번째 키커 카를로스 바카의 슛을 막아냈다.

픽포드는 그야말로 '잉글랜드의 조현우'라고 보면 된다. 2011년 선덜랜드 유니폼을 입었지만 6시즌 연속 임대생활을 해야 했다. 영국 내셔널리그(5부 리그)를 두 시즌 거쳐 4부 리그에서도 뛰었다. 이어 3부 리그도 경험한 픽포드는 챔피언십(2부 리그) 프레스톤 노스 엔드를 거쳐 지난 시즌 에버턴으로 둥지를 옮긴 뒤 샛별로 떠올랐다. 46경기를 뛰면서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눈에 띄여 러시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픽포드 역시 지난해 잉글랜드대표로 발탁됐다. A매치 경험이 세 경기에 불과했다. 특히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린 골키퍼 중 나이가 가장 어렸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번 대회 전 경기에 출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스타들 속에서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잉글랜드는 오는 12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크로아티아와 대회 결승 진출을 다툰다. 잉글랜드가 결승에 오를 경우 1966년(우승) 이후 52년 만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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