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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의 월드컵 발품스토리]곳곳 솜브레로, 로스토프 멕시코가 점령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8-06-22 19:37



[로스토프나도누(러시아)=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역시나였다. 여기도 저기도 다 스페인어였다. 눈만 잠깐 옆으로 돌려도 창이 과도하게 넓은 모자인 솜브레로가 띄었다. 멕시코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을 하루 앞둔 22일의 로스토프나도누는 '멕시코 천국'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예감할 수 있었다. 21일 밤 상트페테르부르크 풀코보 공항. 예카테린부르크를 경유해 로스토프나도누로 오는 비행기 체크인 카운터의 줄 절반은 멕시코인들이었다. 유일한 동양인이 줄에 서자 서로 수근수근거렸다. 스페인어는 몰랐지만 '코레아'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비행기 좌석에 몸을 실었다. 바로 옆자리 둘 다 멕시코인들이었다. 눈이 마주쳤다.

"사우스코리아?" "예스, 멕시코?" "오케이." 묵묵부답. "잉글리시?" "노노노. 쏘리"

간혹 서로 웃기만 할 뿐이었다.


새벽 4시 30분. 예카테린부르크 공항에 도착했다. 또 한 무리의 스페인어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페루였다. 전날 예카테린부르크에서 페루와 프랑스의 경기가 열렸다. 페루는 0대1로 졌다. 탈락이 확정됐다. 많은 페루 팬들이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나 로스토프 등으로 향하기 위해 공항으로 모였다. 페루 팬들과 멕시코 팬들은 함께 모여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다시 비행기 좌석. 22D에 앉았다. 이번에도 멕시코팬들 사이였다. 영어로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

"한국사람이죠? 혼자인가봐요."


"네. 멕시코 사람들은 많네요."

"3만명 정도 모인다고 들었어요. 아마 우리의 홈구장이 될 겁니다."

"대단하네요. 행운을 빌어요."


로스토프나도누 공항. 한글이 곳곳에 있었다.

'로스토프 지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도착장으로 나갔다. 봉사자들 중 '저는 한국어를 할 수 있습니다'는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은 사람이 보였다.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저는 나스다입니다."

대학교 3학년생인 그는 한국어를 전공한다고 했다. K팝을 좋아해서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고. 대학에 한국어 과정이 있어서 바로 등록해 배웠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 많이 왔어요. 로스토프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의외의 지원군에 힘이 났다. 참고로 로스토프 지역에는 의외로 한국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우선 2만5000명의 고려인들이 로스토프 주에 살고 있다. 1937년 스탈린에 의해 고려인들이 대거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됐다. 이후 1950년대 고려인들의 신원이 회복됐다 .거주 이전의 자유가 허요오댔다. 많은 고려인들이 로스토프 지역으로 왔다. 농업에 적합한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한국 기업들이 다수 있고, 한국에 우호적인 지역이다.

시내로 향했다. 시내 중심가 곳곳에는 솜브레로가 보였다. 멕시코 한 여성 리포터와 만났다. 그는 "멕시코가 한국에 승리할 것이다. 치차리토가 골을 넣을 것"이라고 했다. 주위에 있던 멕시코인들도 박수와 환호로 힘을 실었다. 하루 전 로스토프나도누는 멕시칸들이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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