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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전 악몽이 재현됐다. K리그 챌린지 부천FC가 승부차기 대접전 끝에 또다시 '1강' 전북 현대를 꺾었다. '2부리그' 부천FC의 패기와 투혼은 눈부셨다. 지난해 FA컵 4강행이 단순한 이변이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19일 부천과의 리턴매치, 최 감독은 베스트 멤버를 총동원했다. 6라운드 상주 상무전에서 4골을 책임진 공격수 에델, 에두, 김신욱을 비롯 김보경, 신형민, 김진수, 이용, 최철순 등을 내보냈다. 베테랑 조성환이 가세했다. 정갑석 부천 감독은 "전북 베스트 멤버가 다 나올 줄은 몰랐다"고 했다. "전북은 대단한 팀이다. 승패를 떠나서 얻는 게 많은 경기다. 좋은 플레이로 팬들에게 어필하고 싶다. 우리는 전북에 배우는 자세로 준비했다"며 애써 발톱을 숨겼다.
최 감독은 주말 2위 포항과 7라운드 맞대결을 앞두고 총력전을 결행했다. "주말 포항전을 앞두고 베스트를 아낄까 생각했는데 감독인 나보다 선수들의 출전의지가 워낙 강했다. 말릴 수 없었다"고 귀띔했다. "홈에서는 1명의 관중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올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나가지 않으면서 FA컵에 대한 선수들의 각오가 남다르다."
후반 시작과 함께 부천은 숨겼던 발톱을 드러냈다. 지난해 전북전 결승골의 주인공 바그닝요와 재일교포 공격수 진창수를 투입, 승부수를 띄웠다. '최투지' 최철순이 바그닝요를 밀착 마크했다. 후반 6분 부천의 역습은 날카로웠다. 진창수의 날선 슈팅을 홍정남이 막아냈다. 후반 11분 문전혼전 과정에서 전북 김보경의 슈팅이 살짝 떴다.
정갑석 감독은 후반 25분 수비형 미드필더 조범석을 빼고 최고참 이재원을 투입했다. 마지막 교체카드를 일찌감치 썼다. 후반 27분 김신욱이 헤딩 패스에 이은 에두의 오른발 슈팅이 또다시 빗나갔다. 후반 29분 김진수의 크로스에 이은 김신욱의 헤더가 골문을 벗어났다.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자 후반 40분, 최 감독이 첫 교체카드를 빼들었다. 에두를 빼고 고무열을 투입했다. 스리백 대신 포백으로 포메이션을 바꾸며 공세를 높였다. 고무열의 패스에 이은 김보경의 왼발 슈팅을 부천 골키퍼 류원우가 받아냈다. 후반 44분, 부천 김영남의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살짝 넘겼다.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했다. 바그닝요가 쇄도했다. 홍정남이 온몸으로 막아냈다. 후반 추가시간 공중볼을 다투던 과정에서 닐손 주니어가 에델과 충돌하며 응급구조진이 들어가는 일촉즉발의 상황도 나왔다. 90분내에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부천은 '선수비 후역습' 전략으로 나섰다. 연장 전반 5분 고무열이 문전으로 파고들었고, 김신욱의 슈팅이 이어졌지만 골은 불발됐다. 최강희 감독이 마지막 승부수를 빼들었다. 연장전반 종료직전 '대박이아빠' 이동국이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2라운드 수원전 부상 이후 한달여만의 컴백, 전주성이 후끈 달아올랐다. 연장 후반 9분 전북은 지친 에델을 빼고 정혁을 투입했다. 연장 후반 13분 최철순의 스루패스에 이은 김진수의 왼발슈팅이 크로스바를 넘겼다.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전북 골키퍼 홍정남과 부천 골키퍼 류원우의 마지막 전쟁이 시작됐다. 부천 닐손 주니어가 골망을 흔들었다. 이동국도 골망을 흔들었다. 바그닝요도 골망을 흔들었다. 김진수가 실축했다. 김영남이 골망을 흔들며 부천이 전북을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전북의 베스트 멤버를 상대로 승리했다. 진짜 이변이 재현됐다.
전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