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은 끝났다, 슈틸리케호 러시아행 진검승부 시작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지난 3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펼쳐진 라오스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 2차전을 앞두고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화성=정재근 기자 [e-mail]

슈틸리케호가 걸어온 지난 1년은 '안정과 변화'로 압축된다.

'브라질의 눈물'을 닦아내고 다시 뛰는 한국 축구와 동행했다. 2014년 10월 공식 취임 이래 지난달 레바논 원정까지 20차례 A매치(14승3무3패)를 거쳤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 준우승, 동아시안컵 우승을 거치면서 그가 내놓은 '판'은 기대와 우려가 뒤섞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슈틸리케호는 완벽한 색깔을 구축하면서 우려를 기대로 바꿔 놓았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29일 쿠웨이트 원정(8일 오후 11시55분·한국시각), 자메이카(14일 오후 8시·상암)와의 평가전 등 10월 A매치 2연전에 나설 23명의 소집명단을 공개했다. '깜짝 발탁'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랐던 '신데렐라'는 자취를 감췄다. 지난 1년 간 로드맵을 완성한 슈틸리케 감독은 본격적인 도전을 선언했다.

틀은 갖춰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현실 안주가 도태로 이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따라왔다. 매 소집 때마다 새로운 인물들이 자리를 채웠고, 그라운드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호주아시안컵, 동아시안컵 등 크고 작은 무대를 거치면서 실전 검증도 이어왔다. 이번 명단은 지난 1년 간 이어온 행보의 종합판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대표팀의 선수층이 두터워졌고 이제 누구나 주전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올해 경기 횟수가 많았고 두번의 대회를 서로 다른 멤버로 치렀기 때문에 대표팀에 들어올 선수층이 두터워졌다."

완성된 틀은 명단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중원에는 주축 멤버인 '캡틴' 기성용(26·스완지시티)을 비롯해 손흥민(23·토트넘) 이청용(27·크리스탈팰리스) 구자철(26·아우크스부르크)에 이재성(24·전북) 정우영(26·고베) 황의조(24·성남) 등 그동안 시험대에 올랐던 선수들이 포진됐다. 신구 조화를 통한 시너지에 방점을 찍었던 슈틸리케 감독의 구상이 그대로 이어졌다. 8명이 선발된 수비라인은 A매치 평균 출전횟수가 24.3회로 완벽히 자리를 잡은 모습을 드러냈다. 매번 경쟁이 이어졌던 골문 역시 K리그 대표 수문장으로 꼽히는 김승규(25·울산) 권순태(31·전북) 정성룡(30·수원)이 모두 이름을 올리면서 완벽한 구도를 형성했다. 공격진에는 석현준(24·비토리아)이 다시 신임을 얻은 가운데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이 부름을 받았다.

이제 승부처다

10월 A매치 2연전의 무게감이 적지 않다. 원정 승부로 펼쳐지는 쿠웨이트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 4차전은 조 1위 판도를 가를 무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7위(한국 57위) 쿠웨이트는 조 편성 당시부터 한국과 조 수위를 다툴 팀으로 꼽혔다. G조 3경기를 치른 현재 쿠웨이트는 3연승(골득실 +12)으로 한국(3승·골득실 +13)에 단 1골 뒤진 2위다. 최종예선에 직행하는 1위와 달리 2위는 8개조에서 상위 상적을 기록한 4팀에게만 자격이 부여된다. 슈틸리케호가 이번 쿠웨이트 원정에 총력전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메이카전의 중요성도 빠지지 않는다. 자메이카는 FIFA랭킹 52위로 한국보다 상위권 팀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첫 달인 지난해 10월 파라과이(2대0승), 코스타리카(1대3패)전을 제외하면 모두 아시아팀과 맞붙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아권, AFC 소속팀이 아닌 타 대륙의 국가대표팀과 붙는 것은 의미가 있다. 타지역에 있는 팀과의 경기는 더 새로운 것, 새로운 플레이스타일을 접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FIFA랭킹이 우리보다 높은 팀을 상대로 우리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4년 전 악몽 지운다

슈틸리케호는 10월 5일 인천국제공항에 모여 결전지인 쿠웨이트로 향한다. 유럽-중동리그 소속 선수들은 쿠웨이트 현지로 바로 합류해 담금질에 돌입한다. 슈틸리케호는 쿠웨이트전을 마친 뒤 국내로 복귀해 자메이카와 평가전에 나선다.

쿠웨이트전의 관건은 현지 적응이다. 다소 편안한 기후 속에서 펼쳤던 레바논전과 달리 쿠웨이트 원정은 혹독한 환경이다. 한국전이 펼쳐질 쿠웨이트 현지의 저녁 평균 기온은 35도지만, 체감온도는 40도를 넘나든다. 가장 최근 펼쳐진 지난 2011년 9월 원정 경기에서도 태극전사들은 이미 쓴맛을 경험했다. 고온건조한 기후 속에 펼쳐진 쿠웨이트전에서 조광래호는 선제골로 앞서갔으나, 후반 내내 고전하며 결국 1대1 무승부에 그친 바 있다. 중동파인 남태희(24·레퀴야) 곽태휘(34·알 힐랄) 한국영(25·카타르SC)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길은 '러시아로 가는 길' 뿐이다. 슈틸리케호가 힘차게 닻을 올렸다.


박상경 기자 [e-mail]

◇슈틸리케호 쿠웨이트-자메이카전 소집명단

GK=김승규(25·울산) 권순태(31·전북) 정성룡(30·수원)

DF=김진수(23·호펜하임) 박주호(28·도르트문트) 김영권(25·광저우 헝다) 곽태휘(34·알 힐랄) 김기희(26·전북) 홍정호(26·아우크스부르크) 장현수(24·광저우 부리) 김창수(30·가시와 레이솔)

MF=권창훈(21·수원) 한국영(25·카타르SC) 기성용(26·스완지시티) 정우영(26·빗셀 고베) 손흥민(23·토트넘) 황의조(23·성남) 구자철(26·아우크스부르크) 남태희(24·레퀴야) 이재성(23·전북) 이청용(27·크리스탈팰리스)

FW=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 석현준(24·비토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