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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부재? 레바논전은 '쌍용'의 무대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5-09-07 07:18


◇이청용(왼쪽)이 지난 3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라오스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 2차전에서 전반 8분 선제골을 성공시킨 뒤 기성용의 축하를 받고 있다. 화성=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손흥민(23·토트넘). 한국 축구의 '핫이슈'다.

'400억원의 사나이'가 몰고온 후폭풍은 거셌다. 10년 전 선배 박지성이 맨유에 입단하면서 받은 스포트라이트를 고스란히 물려 받았다. 지난 3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라오스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 2차전에서는 해트트릭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하지만 레바논전을 준비하는 슈틸리케호에 손흥민은 보이지 않는다. 토트넘 이적 절차 마무리를 위해 원정길에 동행하지 못했다. 손흥민의 부재는 라오스전 8골로 증명된 슈틸리케호 공격 약화를 뜻한다. 레바논은 쿠웨이트와 함께 G조에서 한국을 가장 위협하는 팀으로 꼽히는 만큼, 손흥민의 부재는 적잖은 타격이다.

자연스럽게 중심은 '쌍용'으로 이동한다. 태극마크와 동고동락한 지난 7년 간 베테랑으로 성장한 이청용(27·크리스탈팰리스) 기성용(26·스완지시티)이 손흥민의 향수를 지울 키플레이어다.

두 선수가 걸어온 길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에 이은 세대교체와 맥락을 함께 한다. FC서울에서 동고동락하던 2008년, 허정무 전 감독의 부름을 받아 대표팀에 승선했다. 뛰어난 기량으로 단숨에 눈길을 사로 잡았다. 2009년 8월 이청용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볼턴, 기성용은 12월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SPL) 셀틱으로 이적하면서 해외무대 도전의 길을 시작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허정무호 새바람의 중심으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행의 역사를 썼다. 하지만 길은 곧 엇갈렸다. 2011년 7월 프리시즌 연습경기에 나선 이청용이 오른 정강이 경골-비골 골절로 쓰러졌다. 이듬해 복귀했으나 컨디션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고, 결국 볼턴과 함께 챔피언십(2부리그) 강등의 아픔을 함께 했다. 기성용은 그해 스완지시티로 이적하며 EPL에 입성했다. 이청용이 올 초 볼턴에서 크리스탈팰리스로 이적하면서 부활의 날개를 폈다. 기성용은 지난 3년 간 스완지 전력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슈틸리케호에서 '캡틴'의 중책까지 맡으며 신뢰를 받고 있다. 먼 길을 돌아온 '쌍용'이 다시 빛나고 있다.

이청용은 라오스전에서 손흥민과 측면 역할을 분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손흥민이 빠지면서 사실상 2선 공격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레바논전에 새롭게 합류하는 구자철(26·아우크스부르크) 박주호(28·도르트문트)가 도우미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최근 이적 문제를 매듭지은 터라 경기력이 100%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결국 이청용이 이재성(23·전북) 김민우(24·사간도스) 등 레바논전에 역할을 맡게 될 후배들과 호흡을 맞추며 원톱 자리에 설 석현준(24·비토리아) 또는 황의조(24·성남)를 돕는 역할을 맞게 될 전망이다. 2선 공격은 원톱과의 호흡도 중요하지만, 3선의 뒷받침도 빼놓을 수 없다. 라오스전에서 안정적인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기성용과의 호흡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선수비 후역습 형태로 슈틸리케호를 괴롭힐 레바논의 전략을 감안하더라도 '쌍용'의 조화는 어느 때보다 강조될 수밖에 없다.

이청용은 라오스전 대승에도 냉정함을 유지했다. "2대0으로 이기든 8대0으로 승리하든 똑같은 승점 3점이다. 골수는 중요하지 않다. 라오스전보다 레바논전이 더 어려운 걸 알고 있다. 대승에 들떠 있을 필요가 없다." 기성용은 주장 완장의 무게를 굳이 피하려 하지 않았다. "주장이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보다 한 발짝 더 뛴다고 생각해야 한다. 레바논은 어려운 상대지만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중동 원정은 한국 축구에겐 매번 어려운 숙제였다. 돌파구는 '관록'이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한국 축구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쌍용'의 힘이 요구되는 승부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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