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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하지 않은 경기는 없다. 단 1명의 팬이 찾더라도 선수들은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전쟁같이 싸우고 또 싸워야 한다. 그라운드의 미학이자 존재 이유다. 그리고 K리그가 살 길이다.
끝이 아니다.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의 결정이 남아 있다. 중징계가 불가피하다. 프로연맹 규정에 따르면 선수가 단순 폭행을 저지를 경우 5경기 이상 10경기 이하 출전 정지 및 500만원 이상의 제재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한교원의 경우 두 차례에 걸친 보복 폭행에다 고의성도 농후해 징계 수위는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교원은 축구판에서는 신화적인 인물이다. 빛을 본 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무명의 길이 더 익숙했다. 그가 졸업한 충주상고는 프로에 진출한 선배가 거의 없는 '황무지'였다. 4년제 대학 진학(조선대)에도 실패해 2년제인 조선이공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다. 땀을 흘리고 또 흘렸다. 2010년 대학리그에서 무려 18골을 터트리며 '진흙속의 진주'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2011년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터닝포인트를 마련했다. 인천에 5순위로 지명받았다. 축구 인생에 탄력을 받았다. 인천에서 93경기에 출전, 14골-6도움을 기록하며 더 큰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지난해 전북의 품에 안겼다. '절대 1강' 전북에서 그는 또 다른 날개를 달았다. 첫 해 32경기에 출전, 11골-3도움을 기록하며 생애 첫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베스트 11 미드필더 부문에도 선정되는 겹경사를 누렸다.
성장 스토리는 눈물과 환희가 넘친다. 더 이상 무명의 한교원이 아니다. 그의 위상은 달라졌다. 하지만 그 속에 덫이 있었다. 올 시즌 현실은 또 달랐다. 구단 내에서 말 못할 고민이 있었던 듯 하다. 전북의 공격라인은 에두와 에닝요가 가세하면서 더 두터워졌다. 한교원은 올 시즌 전북이 치른 K리그 12경기 가운데 11경기에 출전했다. 선발은 8경기, 교체는 3경기였다. 풀타임은 두 차례 뿐이었다. 지난해에 비해 입지가 좁아진 것은 사실이다. 최 감독도 인정했다. 그는 "한교원이 올 시즌 여러모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은데 일일이 대화를 나누며 다독여주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엎어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폭력 사태는 되돌릴 수 없고, 덮을 수도 없다. 프로연맹은 일벌백계해야 한다. 보복성 폭력은 더 나쁜 행위다. 칼은 더 매섭고, 더 무거워야 한다.
'가정의 달을 맞아 많은 어린이 팬들이 부모님과 함께 경기장을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왔지만, 꿈과 희망이 아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더 마음이 아픕니다. 또한 동업자 정신을 잃은 저 자신을 바라보며 오늘의 실수에 다시 한 번 사죄를 드립니다. 가슴 깊이 후회하고 뼈저리게 반성하겠습니다. 구단과 프로축구연맹의 어떠한 징계도 달게 받겠습니다. 또한 팬들의 어떠한 비난과 질책도 달게 받겠습니다. 앞으로의 시간 동안 깊이 반성하고 저의 잘못된 행동을 언제나 기억해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한교원 사과문의 일부분이다.
한교원은 이제 스물 다섯 살이다.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많이 남아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의 축구 인생을 되돌아보길 바란다. 분명 초심이 흔들렸다. 초심을 잊어서는 안된다. 자숙을 통해 더 큰 선수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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