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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세' 이동국 한계는 없다. 올해 안 200호골 노린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5-05-18 07:34


이동국.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에닝요(34·전북)의 프리킥이 날카롭게 휘어들어왔다. 수없이 연습한 세트피스였다. 사전에 약속했던 낙하지점으로 뛰어들어갔다. 수비수들 등 뒤로 파고들었다.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머리를 가져다댔다. 골키퍼는 손 쓸 틈도 없었다. 완벽한 헤딩골이었다. 양팔을 좌우로 쫙 폈다. 전매특허인 '비행기 세리머니'였다. 이동국(36·전북)이 1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과의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 경기에서 170번째 골을 쐈다. K리그 최다골 기록을 계속 새로 쓰고 있다. 전북은 이동국의 골로 2대1로 승리, 선두를 질주했다.

이동국은 1979년생이다. 한국 나이로 서른일곱이다. 보통의 서른일곱살이라면 100m 달리기만 해도 거친 숨을 토해낸다. 중년을 앞둔 나이다. 하지만 이동국은 여전히 현역 선수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K리그 필드 플레이어중 최고령이다. 단순히 유지하는 차원도 아니다.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올 시즌 K리그 10경기에서 3골-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는 4골을 기록했다. 현재 ACL 통산 27골로 최다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동국의 회춘 비결은 근육량이다. 근육량이 상당히 많다. 명품 허벅지를 보면 알 수 있다. 허벅지의 굵기로는 전북 선수단 중 최고다. 보통 여자들의 허리 사이즈에 육박할 정도다. 이동국의 체력을 떠받치는 발전소 역할을 하고 있다. 체력 관리에도 철저하다. 쉬는 날조차 운동을 쉬지 않는다. 경기 직전까지 근육 마사지를 멈추지 않는다. 언제나 경기에 나설 몸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다. 송하헌 전북 주치의는 "근육량은 36세가 아니다. 근육 나이는 28세다. 엄청난 근육량이 맹활약의 비결"이라고 했다.

부상 회복 속도도 빠르다. 한 군데를 다쳐도 다른쪽 근육으로 밸런스를 잡는다. 여기에 부상 회복에 대한 면역 체계도 남다르다. 다른 선수들이 회복까지 한달정도 걸린다면 이동국은 3주 만에 회복하는 경우가 많다. 부상에 조급해하지 않는다. 몸이 조금이라도 안 좋다고 느끼면 바로 병원으로 향한다. 각종 검사를 통해 자신의 몸상태와 회복 시점을 정확하게 파악한다. 그리고는 여유를 가지고 재활에 임한다. 마음을 조급하게 먹어봐야 이득이 될 게 없나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마음을 편하게 먹으면서 클럽하우스에 있는 아쿠아테라피나 산소탱크 등을 적극 활용한다.

지난해 말과 올 시즌 초가 대표적이다. 허벅지 근육이 찢어졌다. 검사 결과는 좋지 않았다. 영원히 근육이 붙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은퇴까지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동국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묵묵하게 재활 치료에 매진했다. 시간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근육이 붙었다. 송 주치의는 "많이 다치다보니 선수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더라. 재활 치료 기간 중에는 마음을 편하게 먹고 오로지 치료만 생각하더라. 진정한 프로의 자세"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가족들의 응원도 비결이다. 이동국은 축구계에서 소문난 다산왕이다. 겹쌍둥이 딸인 재시, 재아, 설아, 수아에 막내 아들 시안이가 있다. 아직 젖먹이인 시안이가 자신이 뛰는 모습을 기억하게 하려면 더 뛰어야한단다.

목표는 200골이다. 이동국은 "올해 안으로 200호골을 넣고 싶다"고 말했다. 30골을 남겨놓고 있다. 사실상 쉽지 않은 목표다. 이동국은 지난 시즌까지 16시즌을 뛰면서 167골을 넣었다. 시즌 평균 10.4골이다. 전북에 온 뒤에는 페이스가 높아졌다. 지난 시즌까지 6시즌동안 103골을 넣었다. 시즌 평균 17.1골을 넣었다. 페이스를 2배로 끌어올려야 '올해 안 200호골'을 이룰 수 있다. 물론 이동국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올해 안'을 고집했다. 그는 "목표는 크게 잡아야 한다. 올해 안에 200호골을 넣겠다는 마음으로 매 경기 골을 노리겠다"고 다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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