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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20주년' 역사에 가치를 더한 수원-팬의 '아름다운 호흡'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5-05-18 07:34



K리그 대표 인기구단 수원 삼성이 '역사 마케팅'으로 20년 역사에 가치를 더하고 있다. 수원은 올시즌 홈경기 테마를 '레전드 데이'로 정했다. 창단 20주년을 맞아 레전드 10명을 선정했다. 이운재 올림픽대표팀 코치, 곽희주 수원 플레잉 코치, 박건하 A대표팀 코치가 '레전드 데이'의 주인공으로 팬들을 만났다.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는 더욱 특별했다. 네 번째 '레전드 데이'의 주인공인 초대 사령탑 김 호 감독(71)이 '빅버드(수원 홈구장 애칭)'를 찾았다. 1995년 창단 감독으로 수원의 지휘봉을 잡은 김 호 감독은 2003년 11월 사령탑에서 물러날 때까지 수원에 13개의 우승컵을 안겼다. 레전드의 귀환과 맞물려 이날 홈경기 테마는 '응답하라 1995'였다. 수원 창단해인 1995년의 분위기를 재연하기 위해 경기장에 송출되는 음악, 전광판의 느낌까지 모두 1990년대 분위기로 바꿨다. 선수들은 창단 첫 유니폼 디자인을 복원한 '20주년 레트로 유니폼'을 입고 제주를 상대했다.


사진제공=수원 삼성
제주전은 완벽한 '창단 20주년 파티'였다. 삼박자가 완벽한 하모니를 냈다. 수원은 제주에 1대0으로 승리를 거뒀다. 패배하면 잔칫상에 재를 뿌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수원 프런트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수원의 '캡틴' 염기훈은 결승골을 성공시킨 뒤 유니폼 깃을 세우는 '깃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수원의 레전드인 박건하 코치의 전매특허 세리머니다. 수원의 그라운드에 과거와 현재가 공존했다. 염기훈은 "다른 때와 달리 세리머니를 생각했다. 레트로 유니폼을 입고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박건하 선배님의 '깃 세리머니'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기 전 시축으로 '파티'의 시작을 알린 김 호 감독은 하프타임에 20세 성인이 된 수원 팬들에게 '푸른 장미'를 전달하며 그라운드를 돌았다. 관중석의 수원 팬들은 팀의 전성기를 이끈 노장의 귀환을 기립 박수로 맞았다. 김 호 감독은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다. 수원에서 축구인으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보냈다. 다시 태어나도 수원의 감독을 하고 싶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수원 구단은 어깨에서 가슴으로 사선을 그리며 내려오는 용비늘 무늬를 담은 레트로 유니폼 판매로 팬들의 향수를 더욱 자극했다. 팬들도 구단의 노력에 함께 호흡했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총 1995벌 한정 제작된 레트로 유니폼 온라인 1차 판매는 3분만에, 2차 판매는 28분만에 매진이 됐다. 전초전에 불과했다. 수원이 16일 오전 10시부터 418벌의 유니폼 현장 판매를 예고하자, 놀랍게도 팬들이 밤샘 줄서기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15일 오후 9시부터 줄서기가 시작됐다. 수원월드켭경기장 매장 앞에는 쌀쌀한 밤을 지새우기 위한 텐트가 설치됐다. 200여명의 팬들이 새벽 내내 매장 앞을 지켰다. 대기행렬은 오전 8시에 300명이 넘었고, 준비된 물량은 시작과 동시에 모두 판매됐다. 수원 구단 관계자는 "팬들의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 몰랐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수원의 행보는 역사의 가치를 등한시하는 다른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 팬들이 밤새 줄을 서며 구매한 것은 단순한 유니폼이 아니었다. 팬들은 창단 20주년을 맞이한 수원의 역사와 이를 공유하고자 하는 구단의 노력에 반응했고, 추억을 구매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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