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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부호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김두현(33)이 올 초 성남 유니폼을 입을 때만 해도 설왕설래가 오갔다. 전성기를 지난 기량과 부상과 재활을 반복하며 떨어진 몸상태가 과연 성남에서 살아날 수 있을 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시즌을 한달 남짓 앞둔 2월 초 팀 훈련에 합류하자 전반기 활약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우려는 기우였다. '김두현 효과'는 곧바로 드러났다. 리더 없이 방황했던 성남은 김두현의 컨디션이 완전히 살아난 4월부터 상승세를 탔다. 김두현을 축으로 전개되는 노련한 카운터의 위력은 상당했다. 김두현 자신도 4월 4일 대전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면서 '부활'을 완성했다.
'성남통' 김학범 감독의 리빌딩
김학범 감독의 지도자 인생은 성남의 역사와 함께 했다. 고 차경복 감독 시절 코치로 성남 선수들을 이끌며 K리그 3연패의 위업을 썼다. 차 감독의 뒤를 이어 2006년 성남의 우승을 진두지휘했다. 끊임없이 공부하며 상대를 분석해 승리를 얻으며 '학범슨'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2008년 구단과 대립 끝에 눈물을 흘리며 팀을 떠날 때도 팬들은 '김학범'을 연호했다.
지난해 김 감독이 돌아왔던 시점의 성남은 '만신창이'였다. 두 번이나 감독이 경질되는 과정에서 폭력사태, 선수 간 대립 등 어수선했다. 강등 사선을 오가며 자신감은 떨어졌다. 김 감독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패배주의 청산'이었다. '호랑이 선생'다운 호통으로 그라운드를 지배하면서도 바깥에선 '노터치'로 일관했다. '지옥의 셔틀런'도 빠지지 않았다. 성남 재임 시절 매년 초 전남 순천에서 한 달 가량 진행되는 강도높은 체력훈련으로 지치지 않는 몸을 만들었다. 일부 선수들이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로 고된 훈련이었지만, 낙오자 없이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신뢰'였다. 김두현은 "팀 합류 때만 해도 분위기가 침체됐을 것으로 봤는데, 정반대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미드필더 김철호(32) 역시 "훈련은 힘들어도 경기장 바깥에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와는 확실히 달라졌다"고 밝혔다.
16강행은 새로운 도전의 시작일 뿐이다. 지금까지의 성과가 빛나기 위해선 김 감독과 성남 선수단의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성남=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