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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메시'지소연 2경기 연속골,클래스가 달랐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4-08 17:51



#.지난해 9월 29일, 인천아시안게임 북한과의 4강전, 지소연은 눈물을 펑펑 쏟았었다.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 첼시 레이디스 진출한 후 처음으로 국내에서 열린 경기였다. 시차 적응에 애를 먹었다. 몸은 솜에 젖은 듯 무거웠다. 북한에게 패한 후 지소연은 "모든 게 내탓"이라고 했다. "더 잘했어야 했다. 런던에서 와서 팀에 보탬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됐다. 내가 제일 못했다"며 울먹였다. "우리선수들은 모두 박수 받아야 한다. 나는 박수를 받으면 안된다. 너무 못했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코끝이 빨개진 채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다.

#.7개월만에 지고는 못사는 승부사, 그녀가 돌아왔다. 17년만에 열린 안방 A매치,마음을 다잡았다. 3월 30일, 4월 3일 연거푸 영국 여자슈퍼리그(WSL) 첼시 레이디스의 리그 원정전이 있었다. 지소연은 3일 브리스톨 아카데미전에서 마수걸이 골을 쏘아올리며 4대0 대승을 거둔 직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90분 경기를 뛴 후 지칠 대로 지친 다리를 제대로 쭉 펴지도 못한 채 좁은 이코노미석을 타고 10시간여를 날아왔다. 4일 아침 인천공항에 도착 후 곧바로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캐나다월드컵 출전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서류 제출을 위해 체력검사에 응했다. 검사 때문에 기내식은 물론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녹초가 된 채 파주NFC에 입소했다. 지소연의 에이전트인 이흥민 인스포코리아 팀장은 "병원에서 계단을 걸어올라가는 데도 힘들어했다. 허벅지가 당긴다며 잠시 쉬었다 올라가더라"고 했다.

#.17년만의 안방 A매치를 앞두고 지소연은 이를 악물었다. 핑계도 변명도 하고 싶지 않았다. "17년만에 한국에서 하는 A매치, 눈물이 날 것같다"고 했다. '국내 A매치'는 오래전부터 마음에 품어온, 간절한 꿈이었다. "힘들지 않냐"는 말에 지소연은 "힘들다고 생각하면 힘들다. 좋다, 좋다고 생각하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5일 러시아와의 1차전, 후반 29분 교체투입된 지소연은 후반 45분 결승골을 꽂아넣으며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8일 오후 4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러시아와의 A매치 2차전 '지메시'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은 역시 발군이었다. 2차전을 앞두고 각오는 단 두 마디였다. "1차전보다 더 잘하겠다. 반드시 이기겠다. "

90분 내내 경기를 조율하고, 로빙 패스, 킬패스를 찔러넣고, 공간으로 침투하고, 중거리 슈팅을 날리고, 헤딩을 위해 솟구쳐 올랐다. 플레이메이커로서 그라운드에서 선후배들을 뜨겁게 독려하고, 누구보다 많이 뛰었다. 전반 6분 지소연이 중앙수비수 황보람에게 돌린 공이 왼쪽으로 쇄도하던 정설빈에게 연결됐다. 정설빈의 슈팅이 아깝게 빗나갔다. 전반 9분 김수연의 크로스에 이어 정설빈이 헤딩을 위해 몸을 던졌지만, 상대 수비에 맞고 굴절되며 불발됐다. 전반 13분 지소연이 강유미에게 똑 떨어뜨려준 킬패스에 당황한 러시아 수비가 파울을 범했다. 전반 13분 문전에서 쏘아올린 지소연의 오른발 프리킥이 골포스트를 살짝 벗어났다. 전반 14분 지소연은 박스 정면에서 왼쪽의 정설빈에게 킬패스를 건넸다. 정설빈의 슈팅이 골키퍼 정면에 안겼다.

전반 17분 지소연이 또다시 정설빈을 향해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했다. 가장 결정적인 찬스였다. 정설빈의 슈팅이 뛰어나온 골키퍼와 부딪치며 골문을 열지 못했다. 전반 30분엔 지소연과 박은선의 눈빛 호흡이 통했다. 나란히 문전으로 쇄도하다 지소연이 오른쪽으로 내준 패스를 박은선이 이어받았지만 슈팅 직전 수비수들의 견제에 걸렸다. 전반 39분 김수연의 프리킥을 지소연이 반박자 빠른 헤딩으로 솟구쳤지만 불발됐다.

후반 시작과 함께 지소연은 골을 노렸다. 후반 5분 문전 혼전 상황, 손윤희가 상대 수비와 충돌하며 뒤로 흐른 볼을 '원샷원킬' 지소연은 놓치지 않았다. 간결하고 침착한 슈팅으로 골망 구석을 노려찼다. 발끝에 닿는 순간 골을 예감했다. 2경기 연속골로 2대0 완승을 이끌었다. 풀타임을 뛰며 인저리타임까지 슈팅을 쏘아올리며 골을 노렸다. 포기하지 않는,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힘, '지메시'의 힘을 보여줬다. A매치 74경기에서 38호골을 기록했다. 승부사 '지메시'에게 두번의 눈물은 없었다. 관중석엔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진짜 메시 10명 와도 지메시랑 안바꾼다.'
대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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