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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캡틴' 기성용 "두리형이 주장 완장 넘길 때 '찡'했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5-04-01 17:29 | 최종수정 2015-04-02 08:22


1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기성용. 인천공항=하성룡 기자

'캡틴' 기성용(26·스완지시티)의 A매치 출전 횟수가 벌써 74경기를 넘어섰다. 2008년부터 8년여간 월드컵, 아시안컵, 올림픽 등 6번의 굵직한 대회에 참가하며 쌓은 추억이 가득하다. 그러나 태극마크를 달고 뛴 많은 경기 중 3월 31일 치른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은 아주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뉴질랜드전은 형제나 다름없는 차두리(35·서울)와 마지막으로 함께 뛴 A매치였다. 기성용은 차두리의 민머리에 아쉬움과 슬픔을 가득 담은 키스를 선물했다. 차두리만을 위한 특별 선물이었다. 하루 뒤에도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1일 인천공항을 통해 아내인 배우 한혜진과 영국으로 동반 출국한 기성용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차두리에 대한 애정과 은퇴식을 지켜 볼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동시에 올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한국인 한시즌 최다골을 경신할 수 있었던 비결도 공개했다.


'아듀! 두리형', 뽀뽀의 의미는…

"두리형이 주장 완장을 나에게 넘겨줄 때 (코끝이) 찡했다. 나뿐만 아니라 대표팀 동료들도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고 하더라." 전반 42분이었다. 주장 완장을 차고 자신의 마지막 A매치를 즐긴 차두리가 '42분 미션'을 완수하고 그라운드를 빠져 나왔다. 국가대표로 뛰는 마지막 순간 차두리는 기성용을 가장 먼저 찾았다. 캡틴 완장을 기성용의 팔에 채운 뒤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두리형'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기성용은 박수로 차두리의 은퇴를 축하해줬다. 그러나 가슴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아쉬움까지 감추기는 힘들었다. 기성용은 "경기장에서 은퇴식을 함께 치러서 아쉬움이 더 큰 것 같다. 한국 축구를 위해 많은 일을 한 두리형의 마지막 모습이 짠했다. 내가 두리형을 위해 해줄 것이 없다는 게 더 아쉬웠다"고 했다. 기성용의 아쉬움이 유독 진했던 이유는 차두리와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기성용은 셀틱에서 차두리와 두 시즌을 함께 보냈다. 영국에서 둘은 형제 이상의 우정을 나눴다. 기성용이 주전 경쟁에서 밀려 힘들어 하던 시절, 차두리는 유일한 말동무이자 가족이었다. 기성용은 이렇게 설명했다. "워낙 같한 사이다. 내가 힘들었을 때 도움을 많이 준 '특별한 선배'다."

기성용은 차두리 은퇴경기의 비화도 소개했다. "경기 전부터 페널티킥이 나오면 선수들이 '두리형에게 차게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설마 했는데 정말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두리형이 '동료들에게 부담주기 싫다'면서 거절해서 아쉬웠다." 기성용은 개인적으로 세리머니도 준비했다. 기성용은 이재성의 골이 터진 순간, 벤치로 달려가 차두리의 민머리에 '뽀뽀'를 했다. 기성용은 "두리형 트레이드 마크가 민머리다. 그걸 생각해서 머리에 뽀뽀하는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두리형에게 한 첫 뽀뽀였다"며 웃음을 보였다.


"이제는 월드컵이다"

호주아시안컵부터 기성용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주장 완장이 채워졌다. 책임감만큼 존재감도 한층 커졌다. 기성용은 3월 A매치 2연전 소감을 묻는 질문에 개인을 지우고 팀을 내세웠다. "그동안 월드컵을 위한 실험 과정을 거쳤다. 더이상 실험할 시간이 없다"면서 "2차 예선부터 좋지 않은 모습이 나오면 힘든 상황이 된다. 나부터 팀 전체가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답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은 6월에 시작된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첫 관문이다.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 무대를 러시아로 택한 기성용은 어느 때보다 월드컵 출전 및 활약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AFPBBNews = News1
득점 비결은 포지션 변화

1일 영국으로 떠난 기성용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한시즌 동안 쉴새없이 달렸다. 지난해 6월 브라질월드컵부터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40여경기를 소화했다. 그러나 기성용은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마음은 즐겁단다. "올 시즌 많은 경기를 뛰고 있어서 힘들다. 부상 없이 이렇게 뛰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그만큼 올 시즌에 더 강해졌다는 의미같다"고 말했다.


스완지로 복귀한 기성용은 4일 헐시티전 출격을 위해 다시 달려야 한다. 올 시즌 리그에서 6골을 쏟아내며 박지성(34·은퇴)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인 한 시즌 EPL 최다골 기록도 갈아치운 그는 7호골에 도전한다. 기성용은 "앞으로 더 많은 골을 넣고 싶다"며 득점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올 시즌 득점이 늘어난 비결에 대한 답은 '포지션 변화'에서 찾았다. 그는 "스완지시티에서 역할 변화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공격 본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수비가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 잭 코크의 가세로 기성용은 전진 배치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격하는가 하면 경기 중 득점이 필요할 경우 섀도 공격수, 측면 윙어로 변신을 한다.

공격 가담 기회가 늘어나다보니 숨겨왔던 공격 본능이 나오고 있다. 기성용은 "어떤 포지션에서 뛰느냐가 아니라 그 포지션에 맞는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몽크 감독이 헤딩을 적극적으로 하라고 주문한다. 내가 신장을 활용해야 해서 헤딩도 적극 시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인천공항=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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