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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 차두리(35·서울)의 마지막 여행이 시작됐다.
그는 2015년 3월 마지막 날인 31일 태극마크와 이별한다. 대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1대1로 비긴 슈틸리케호가 뉴질랜드와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팬 공개훈련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72시간 외출'이 허락된 차두리도 함께했다.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1시간 30분동안 땀을 흘렸다. '절친 조카'인 손흥민(23·레버쿠젠)은 1000여명 팬들의 박수를 유도하며 대표팀 은퇴를 앞둔 선배를 예우했다. 차두리는 즐거운 표정으로 팬들의 환호에 답하면서도 훈련에 집중하며 차분하게 최후의 일전을 준비했다.
차두리는 뉴질랜드전에 선발 출전해 전반을 소화한 후 하프타임에 국가대표 은퇴식을 갖는다. A매치 75경기에 출전한 그의 여정은 76경기에서 멈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 종료 2~3분 전 교체해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은 후 은퇴식에 나설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며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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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팬 공개훈련에선 차 감독과 어머니 오은미씨도 함께했다. 아들의 은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은 더 특별했다. 차 감독은 1988년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현역으로 마지막 경기를 치렀던 때를 떠올렸다. 그는 "1988년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때 당시 여덟 살이던 차두리를 벤치에 앉혔다. 원래 벤치에는 외부 사람이 절대 들어올 수 없지만 구단의 배려로 아들을 데려올 수 있었다. 어느새 세월이 흘러 아들이 은퇴 경기를 치른다고 하니 그때 생각이 떠올랐다"며 추억에 젖었다. 그리고 "차두리가 아버지의 덕을 많이 받기도 했지만 그동안 '차범근의 아들'이라는 것 때문에 어려움도 많았을 것이다.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차범근의 아들'이 아닌 '선수 차두리'로 대표팀을 떠나게 돼 기쁘다. 대표선수로서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실력을 인정받으며 대표팀을 그만두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손흥민은 소속 구단의 차출 반대에도 불구하고 차두리의 은퇴식을 함께하기 위해 구단을 설득했다. 차두리와 셀틱(스코틀랜드)에서 한솥밥을 먹은 주장 기성용(26·스완지시티)을 비롯해 구자철(26·마인츠)도 차두리의 해피엔딩을 위해 뉴질랜드전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축구가 또 한 명의 영웅을 떠나보낸다. 아쉬움은 크지만 '이별의 장'은 훈훈하다. '차두리의, 차두리에, 차두리를 위한' 무대다. 차두리의 마지막 A매치인 뉴질랜드전은 3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휘슬이 울린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