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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시민구단 2번째 ACL 도전, 성남 웃을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5-02-24 07:12


◇성남 선수단이 지난 6일 일본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의 스이젠지 경기장에서 열린 팀 훈련을 마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성남은 24일(한국시각) 태국 부리람의 뉴아이모바일 스타디움에서 부리람과 2015년 ACL 조별리그 F조 첫 경기를 갖는다. 구마모토(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는 모두의 꿈이 됐다.

K리그, 한국 축구 대표 타이틀을 달고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는 것은 특권이다. 차곡차곡 쌓이는 승리수당과 15억원에 달하는 우승상금,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진출로 얻게 되는 부수입 등 실리도 만만치 않다. K리그 클래식 대권 대신 ACL 본선 출전권 획득을 목표로 삼는 팀들이 있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기업구단에 비해 열악한 자금력과 전력을 갖춘 시민구단에게 ACL은 염원이 된 지 오래다. 성남이 시민구단 전환 원년인 2014년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꿈의 ACL 무대를 밟게 됐다.

K리그 시민구단의 ACL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원조 시민구단' 대전이 2003년 ACL 무대를 밟은 첫 주인공이다. 대전은 2001년 FA컵 결승전에서 김은중의 결승골로 포항을 1대0으로 제압하고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FA컵 우승팀은 아시안컵위너스컵 출전권이 주어졌다. 하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이 2002년 각 리그 우승팀 간 대항전이었던 클럽선수권과 아시안컵위너스컵을 통합해 ACL로 개편하면서 대전도 자리를 옮겼다. K리그에서 2001년 5승, 2002년 단 1승에 그친 대전이 망신당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대전은 2차 예선에서 몬테카를로(마카오)를 8대1,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모훈바간(인도)을 8대1로 제압하면서 당당히 본선에 올랐다. 하지만 애매한 본선 제도에 울었다. 당시 ACL 본선은 16팀이 4팀씩 4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 3경기씩 치르고 각 조 1위 팀만 4강에 진출하는 방식이었다. 대전은 상하이 선화(중국)와 가시마 앤틀러스(일본)를 연파했음에도 벡테로(태국)에 당한 1패에 발목이 잡혀 조 2위로 4강행에 실패했다. 대전 이후 지난해까지 시민구단이 ACL 무대를 밟은 역사는 없었다.

성남의 각오는 만만치 않다. 김학범 성남 감독은 일본 구마모토 전지훈련을 마치고 곧바로 태국으로 이동했다. 24일(한국시각) 뉴아이모바일 스타디움에서 치러질 부리람과의 2015년 ACL 조별리그 F조 1차전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통상 ACL 조별리그에선 홈팀이 원정팀의 3박4일 체류비용만 지원하게 돼 있다. 나머지 체류비용은 성남이 모두 내야 한다. 빠듯한 살림살이의 시민구단 입장에선 부담이 될 만하다. 그러나 김 감독과 성남 구단 모두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다. ACL 성공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강하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전남 순천부터 구마모토, 태국까지 이어진 단내나는 훈련을 모두 버텨냈다. 미드필더 정선호는 "ACL은 (선수 인생에) 언제 나갈지 모르는 대회다. 때문에 준비하는 마음가짐부터 다르다"고 밝혔다. 또 다른 미드필더 김동희도 "ACL은 다른 세상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이 되니 너무 기대가 된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시민구단 ACL 도전의 시계는 조별리그에서 멈춰있다. 김 감독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조별리그서 맞붙을 상대 모두 만만치 않은 팀들이다. 그러나 하나씩 약점을 갖고 있다. 그 부분을 잘 파고들면 승산이 있다"고 눈을 빛냈다. '시민구단 2년차' 성남은 새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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