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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지난 주 설연휴를 모르고 지냈다.
으레 스포츠판에서 동계 전지훈련이 한창인 이맘때 명절 연휴 쯤 반납하는 것까지 유별난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인천은 좀 남다르다. 인천은 올해 K리그 클래식 12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 달 말부터 경남 남해를 거쳐 중국 컵대회 출전차 잠깐 나갔다가 20여일째 제주를 고수하는 중이다.
해외 전지훈련 중이거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같은 중요 대회를 앞두고 있으면 몰라도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친정을 바라보며 국내 객지를 고수한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김도훈 신임 감독이 부임하기 이전부터 짜놓은 훈련 스케줄에 따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신임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이 다소 늦춰진 바람에 다른 스케줄을 검토할 여력이 없었다. 게다가 신임 감독 체제에서 새출발을 위해 '올인'을 해도 모자랄 판국이라 딱히 여유도 없다.
하지만 그 이면에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시민구단의 고충도 숨어 있다. 시민구단 인천은 오래 전부터 빠듯한 살림살이를 했다. 구단주인 인천시는 2014년 아시안게임을 전후해 재정난이 더 극심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위탁 운영중인 전용 훈련구장(승기구장)을 갖고 있어도 내 것인 듯, 내 것아닌 존재같다. 인천이 매년 동계훈련에서 2월은 무조건 객지에서 보내기로 한 것은 4년여 전 허정무 감독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허 감독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최초 원정 16강 진출을 지휘해 인기 절정이었다. 그런 그를 모신 인천 구단은 한때 승기구장을 너무 일찍 가동했다가 적잖이 고생한 적이 있다.
시즌 개막 준비를 위해 2월 중에 승기구장을 사용했는데 4∼5월로 접어드니 잔디가 엉망이 돼 버려 훈련용으로 사용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
재정 형편에 여력이 있으면 망가진 잔디 쯤이야 보수하면서 사용할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니 알아서 잔디 훼손을 최소화하는 자구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승기구장 사용을 최대한 늦추는 방책이 관례화됐다.
해외 전지훈련을 다녀온 FC서울은 인천보다 더 추운 날씨를 보이는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ACL을 준비했다. 인천으로서는 제집 마음놓고 사용하는 팀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