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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 첫승'윤석영"리오 퍼디낸드와의 첫호흡은..."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2-11 10:22



선덜랜드 홈 구장인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는 윤석영(25·퀸즈파크레인저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의 장소다. 전남 드래곤즈 시절인 2011년 겨울,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절친' 오재석과 함께 지동원이 뛰던 선덜랜드를 찾았었다. '전남유스 후배' 지동원의 경기를 관중석에서 열렬히 응원했다. "2011년, (지)동원이 경기를 지켜보면서, '아, 나도 이 무대에서 뛰고 싶다' 생각했다. 동원이가 뛰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고…."

4년 후 거짓말처럼 꿈은 이뤄졌다. 선덜랜드 관중석에서 꿈을 키우던 K리거 윤석영은 '빛의 구장'에서 선덜랜드와 운명처럼 마주했다. 11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선덜랜드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5라운드 선덜랜드-퀸즈파크레인저스(QPR)전, 윤석영은 51일만에 선발로 나섰다. 스티븐 코커, 리오 퍼디낸드, 모리시오 이슬라와 포백라인에 서서,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QPR은 전반 17분 르로이 페르, 전반 추가시간 보비 자모라의 연속골에 힘입어 2대0으로 완승했다. 값진 승리였다. 원정 12연패, 리그 5연패, 8경기 무승을 끊어냈다. 올시즌 첫 원정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 소감을 묻는 질문에 윤석영은 "부상의 긴 터널을 지나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승리해 정말 기쁘다"고 했다. "계속 준비했고, 포기하지 않은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 것같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런던으로 돌아가는 길이 즐겁게 느껴질 것같다"며 웃었다.

윤석영은 지난해 12월21일 웨스트브롬위치전까지 10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지만, 이후 허리, 발목 부상으로 40일 가까이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다. 해리 레드냅 감독의 고별전이 된 지난 1일 스토크시티 원정(1대3 패) 후반 교체 투입됐지만, 레드냅 감독이 떠난 후 첫경기인 8일 사우스햄턴전(0대1 패) 라인업에선 제외됐다. 윤석영이 결장하면서, 우려의 시선도 불거졌다. 그러나 윤석영은 곧바로 다음 경기인, 선덜랜드 원정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안정적인 플레이로 풀타임, 무실점 원정 승리를 챙기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감독대행을 맡은 레스 퍼디낸드와 크리스 램지 코치는 다양한 선수들을 고루 기용하며 최적의 조합을 고민했다. 윤석영은 "그동안 뛰지 못한 선수들, 21세 이하 어린선수들에게도 기회가 조금씩 돌아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감독님이 바뀌셨고, 성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좋은 판단이라 생각하고 있다. 많은 선수들에게 동등하게 기회를 주면서 경쟁속에 팀이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윤석영은 이날 선덜랜드 윙어 애덤 존슨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그라운드에 섰다. 전반 45분 내내 애덤 존슨을 꽁꽁 묶었다. 스피드, 피지컬에서 밀리지 않았다. 존슨의 크로스가 번번이 막히자 선덜랜드는 후반 존슨을 반대쪽으로 옮겼다. 윤석영은 "왼발 킥력이 워낙 좋은 선수라 신경을 많이 썼다. 전반에 내 쪽이었는데 후반에 반대쪽으로 이동했다"고 했다.

승기를 잡은 후반, 특유의 공격본능을 자제한 채 수비 안정에 집중했다. 2-0으로 앞서나가는 상황에서 굳이 무리한 오버래핑은 필요치 않았다. 윤석영은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 오버래핑은 자제했다. 코칭스태프의 지시사항도 그랬다"고 설명했다.

이날 승리는 QPR에게도 윤석영에게도 큰 의미다. QPR은 올시즌 원정에서 첫승을 기록했다. 원정 12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리그 5연패, 리그 8경기 무승의 덫에서도 벗어났다. 주목할 점은, QPR의 6승 가운데 5승(애스턴빌라, 레스터시티, 번리, 웨스트브롬위치, 선덜랜드)은 윤석영이 출전한 경기라는 것이다. 윤석영이 나선 12경기에서 팀은 5승을 따냈다. 승리의 아이콘이다. 윤석영이 나서지 않았던 13경기에선 1승에 그쳤다. '윤석영 효과'는 짜릿한 원정 첫승으로 이어졌다. 윤석영은 "그냥 운인 것 같다"며 겸손하게 답했다. 윤석영은 그라운드에 뜨거운 투혼과 넘치는 에너지를 불어넣는 선수다. 한발 더 뛰는 헌신과 몸 사리지 않는 투혼, 웬만해선 밀리지 않는 스피드로 무장했다. 윤석영은 "안되는 영어로 그라운드에서 엄청 소리친다. 오른쪽 윙백인 이슬라에게까지 들릴 정도로"라며 웃었다.

'베테랑 센터백' 리처드 던의 부상으로 리오 퍼디낸드가 오랜만에 수비라인에 가세했다. 윤석영과는 첫 호흡이다. 윤석영은 "리오와는 처음 뛰었는데 워낙 경험이 많은 선수다. 전부터 가까이서 많은 조언을 해줬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도 절대 당황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이도 차고 부상도 있어서 예전 전성기만큼은 아니지만, 훈련장에서 보면 늘 보강 운동을 하고 몸관리도 철저한 프로다. 좋은 본보기가 된다"고 귀띔했다.


지난 1월 이청용의 크리스탈팰리스 이적으로 프리미어리그에는 3명의 코리안리거가 뛰게 됐다. 올림픽대표팀, A대표팀에서 동고동락한 '쌍용'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과 함께 '지메시' 지소연까지, 런던 생활이 외롭지 않다. 3월14일 이청용의 크리스탈팰리스와의 원정 맞대결 역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윤석영은 "청용이형이 다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게 돼 나 역시 정말 행복하다. 앞으로는 절대 부상없이, 좋은 활약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런던에서 집도 가깝다. (지)소연이랑 자주 밥도 사달라고 할 계획"이라며 웃었다.

윤석영은 가장 큰 소망이자 목표는 "부상 없이 시즌을 잘 마치는 것"이다. 발목 부상은 전남 시절부터 이어져온 고질이다. 여전히 통증을 달래가며, 부상과 싸워가며 매경기 혼신의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각오도 욕심도 특별한 것은 없다. 부상 안하는 것이 목표다. 팀 목표는 당연히 프리미어리그 잔류"라며 눈빛을 빛냈다. QPR은 이날 승점 3점을 추가하며 승점 22로 리그 17위에 올라섰다. 25경기 6승4무15패다. 이날 헐시티에게 0대2로 패한 애스턴빌라(승점 22)에 골득실에서 앞서며 17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22일 15위 헐시티(승점 23) 원정은 강등권 완전탈출의 분수령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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