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호주아시안컵을 바라보는 윤빛가람의 심정은?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5-01-29 07:49


안탈리아(터키)=박찬준 기자

정확히 4년 전이었다.

0-0으로 팽팽히 진행되던 '숙적' 이란과의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8강전. 교체 투입된 21세의 젊은 미드필더가 환상적인 왼발 슈팅을 작렬시켰다. 한국의 그의 한방으로 4강 진출에 성공했고, 그 미드필더는 한국축구의 미래가 되어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천재 미드필더' 윤빛가람(25·제주) 이야기다.

4년 후 아시안컵을 지켜보는 윤빛가람의 마음은 복잡 미묘하다. 그는 "아쉽다.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 '4년 전에 내가 저기에 있었는데'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하다"고 했다. 윤빛가람의 지난 4년은 부침의 연속이었다. 리그 최고의 별이었던 윤빛가람은 2012년 성남 이적 후 긴 어둠에 갇혔다. 2012년 런던올림픽 최종엔트리에 탈락했고, A대표팀에서도 멀어지기 시작했다. 성남에서조차 그의 자리는 없었다. 2013년 17세 이하 대표팀 시절부터 자신을 믿어주던 '은사' 박경훈 제주 감독의 부름을 받고 제주 유니폼을 입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윤빛가람 스스로 "공이 오는게 두려웠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이 떨어졌다.

다행히 지난해 조금씩 부활의 가능성을 보였다. 윤빛가람은 "개인적으로 만족할만한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예년에 비하면 조금은 좋아졌다"고 평했다. 부활의 시작은 변화였다. 과감한 몸싸움과 태클을 시도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수비에 가담했다. 과거 윤빛가람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윤빛가람은 "프로 데뷔하면서부터 항상 지적 받아온 부분이었다. 아직 부족하지만 수비부터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었다"고 했다.

윤빛가람은 또 한번의 기로에 섰다. 시즌 종료 후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박 감독이 사퇴했다. 윤빛가람은 "너무 죄송스러웠다. 결국 우리 때문에 피해를 보신거다. 감독님의 요구를 더 받아들였으면, 더 잘 따랐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했다. 조성환 감독의 새로운 축구에 적응해야 한다. 제주는 그 어느때보다 중앙 미드필드 2자리를 둔 주전경쟁이 치열하다. 윤빛가람을 비롯해 송진형 장은규 김영신 김선우에 이제 곧 제대할 양준아 권순형까지 7명의 수준급 자원이 즐비하다. 그는 "전술적으로 크게 바뀐 것은 없지만 압박하는 부분, 삼자간의 움직임을 강조하신다. 전보다 위로 올라갈 수 있는만큼 공격적인 면모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좋지만 경험이 있는만큼 주전 경쟁에서 물러서고 싶지 않다"고 했다.

윤빛가람은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계속된 부침에 과거 당당하던 모습이 사라졌다. 그는 스스로 "아직 완벽히 자신감을 찾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시즌 초반이 중요하다. 이른 시기에 공격포인트를 올린다면 과거의 그로 더 빨리 돌아갈 수 있다. 윤빛가람은 "내가 잘하는 부분은 역시 공격이다. 공격포인트를 올리는게 내 몫이다. 부진하던 순간에도 내 마음속 목표는 항상 10골-10도움이었다. 경기에 많이 나서고, 좋은 플레이를 펼친다면 자신감이 돌아올 수 있을거라 믿는다"고 했다. 윤빛가람의 완벽한 부활을 응원해본다.


안탈리아(터키)=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