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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회의 슈틸리케호 IN@OUT]'미운 오리 새끼' 김영권, 반전의 기회잡은 사나이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1-27 16:36 | 최종수정 2015-01-28 05:18


김영권(왼쪽)과 이정협.

중국은 이번 대회에도 많은 취재진을 보내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중국대표팀을 취재하는 기자단과 중국 프로축구 소속 팀에서 활약하는 타국 선수들을 취재하는 기자단을 분리 운영하더군요.

26일 이라크와의 4강전에서 골을 터트린 김영권(광저우 헝다)도 중국 취재진의 관심 선수인데요.

물샐 틈 없는 수비력 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27년 만의 아시안컵 결승 진출을 견인했습니다. 이번 대회 김영권을 떠올려보니 13일 오만전이 생각나더군요. 경기가 끝난 뒤 중국 CCTV 기자가 다가와 "왜 김영권은 출전하지 않았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냉정한 현실을 얘기해줬죠. "김영권은 이번 대회에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 속에서 제외된 것 같다"고 말입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주역이었지만, 2014년 브라질월드컵 참패로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죠. 알제리에 2대4로 대패한 직후에는 "너무 후회스럽다"며 도망치듯 경기장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던 그였죠.

지난해 10월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평가전에서 출전 기회를 얻었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가장 싫어하는 실수를 연발했습니다. 바로 패스미스였죠. 그러면서 슈틸리케호에서 서서히 입지가 줄어드는 모습이었습니다. '월드컵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김주영이 오만전에 출전 기회를 얻은 것도 김영권의 부진 때문이었죠.

그러나 김영권은 뜻밖의 순간에 찾아온 단 한 번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부활의 동아줄이었죠. 쿠웨이트전에서 부상과 줄감기로 힘들어하던 태극전사들의 빈 자리를 메웠습니다. 곽태휘와 호흡을 맞춰 무실점으로 쿠웨이트의 파상공세를 막아낸 김영권의 투혼은 슈틸리케 감독의 생각을 바꿔놓았습니다. 이후 호주전, 우즈벡전, 이라크전까지 4경기 연속 출전 기회를 잡았습니다. 이라크전에선 그의 기술이 돋보였죠. 아크 서클에서 왼발 논스톱 발리 슛으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죠.

김영권은 이번 대회에 '수다쟁이'로 변신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한답니다. 이번 대회의 수비진은 변화가 잦고, 호흡을 많이 맞춰보지 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변수를 줄여야 했죠. 김영권의 '수다'는 5경기 무실점으로 이어졌습니다. 김영권은 더 큰 꿈을 꾸고 있습니다. 무실점 우승이죠. '반전의 사나이' 김영권의 꿈이 이뤄지길 응원합니다.

시드니(호주)=스포츠2팀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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