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전은 없을 듯하다. '차미네이터' 차두리(35·서울)가 예정대로 태극마크를 반납한다.
그의 시계는 다시 돌아갔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그의 존재감은 더 빛났다. 10월과 11월 A매치에 잇따라 발탁됐다. 그리고 그는 마침표를 선언했다. 호주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차두리의 활약만 놓고보면, 아쉬움이 크다. 특히 22일 우즈베키스탄과의 대회 8강전 60m 폭풍 드리블은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차두리는 1-0으로 앞선 연장 후반 13분 장현수(광저우 부리)의 패스를 받은 뒤 우즈벡의 이스칸데로프를 달고 폭발적인 오버래핑을 시작했다. 이어 가랑이 사이로 공을 빼 상대 수비수 데니소프까지 제친 뒤 문전에 있던 손흥민(23·레버쿠젠)에게 크로스를 배달해 쐐기골을 이끌어냈다. 두 번째 도움이었다.
팬들의 바람과 달리 차두리가 태극마크를 내려놓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바로 체력 회복 능력 저하다. 2~3경기를 연속으로 뛰었을 때 체력적 부담을 느꼈다면, 경기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우즈벡전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차두리는 후반 25분 김창수와 교체돼 연장 전후반까지 50분을 소화했다. 정규시간 90분을 모두 뛰고 연장 전후반까지 뛰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차두리는 이미 이번 대회에 참가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정했다. '도우미'였다. 주장을 도와 그라운드 안팎에서 후배들을 이끌어주게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의 존재감은 동료들의 입에서 속속 드러난다. 한국영은 24일 인터뷰에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두리 형을 봤을 때 기술적으로 뛰어나지 않다고 봤다. 그러나 직접 뛰어보니 다르더라.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어 "2002년에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TV로 보던 선수와 지금 함께 뛰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두리 형이 그라운드에 들어오면 가장 말을 많이 한다. 팀 분위기가 일순간 바뀐다. 선수들이 믿고 의지하면서 뛰게 된다"고 전했다.
시드니(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