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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우연히 축구를 시작한 소년들이 처음 만났다. 한 친구는 키가 컸고, 한 친구는 눈이 작았다. 소년들은 금방 친해졌다. 중학교, 고등학교는 달랐지만, 인연을 이어나갔다. 살고 있는 동네도 같았다. 휴가 때마다 함께 어울렸다. 술도 함께 마시고, 배드민턴도 쳤다. 여자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 초등학교때 함께 축구를 시작한 친구들 중 계속 축구를 이어간 것은 둘 뿐이었다. 프로에서 함께 뛰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리고 올해 그 꿈이 이루어졌다.
수원FC에서 함께 만난 초등학교 동창 정민우와 정기운(이상 23) 이야기다.
U리그에서 제법 날렸던 정기운은 올해 K리그 챌린지의 새내기다. 하지만 이미 축구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아시안컵 전에 가졌던 슈틸리케호의 제주 전지훈련에서 대학생 백업 멤버로 참가했다. 그는 연습경기에서 한 골을 성공시켰다. 정기운은 "처음에 대표팀에 합류하라는 연락을 받고 얼떨떨했다. 막상 부딪혀보니까 큰 차이는 없었다. 그래도 대표가 꿈이었으니까 새로웠다. 오죽하면 숙소에서 유니폼을 입고 자기도 했다"고 했다. 정민우는 데뷔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냈다. 박종찬 등 기존 공격수들의 부상 공백을 틈타 31경기에 출전해 8골-5도움을 기록했다. 신인 치고는 괜찮은 성적표다. 정민우는 "처음 왔을때 생각했던 것보다 잘됐다. 팀이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많은 경험을 쌓아서 나쁘지 않은 첫 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인인만큼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서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정기운은 "경기를 많이 나가는 게 목표고, 공격수인만큼 최대한 골을 넣어보고 싶다"고 했다. 정민우는 "지난 시즌은 조커로 많이 뛰었다. 올해는 선발로 뛰면서 공격포인트도 늘리고 싶다"고 했다. 물론 가장 큰 목표는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이다. 둘이 함께 호흡을 맞춰 골을 만들어내면 더 바랄게 없다고 했다. 돌고 돌아 다시 만난 두 짝꿍의 2015년을 기대해본다.
서귀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