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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회의 슈틸리케호 IN&OUT]오만전 늦을뻔한 박지성, 음지서 한국축구 돕는 조력자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1-12 08:52 | 최종수정 2015-01-13 05:12



박지성(34)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선수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는 지난해 5월 축구화를 벗었습니다. 화려했던 프로생활 16년을 마무리했죠. 유니폼을 벗어도 영향력은 여전합니다. 몸담았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여덟번째 앰버서더(홍보대사)로 활동 중입니다. 요즘 박지성은 현역 때보다 비행기를 더 많이 탄다네요.

2015년 호주아시안컵에선 한국의 레전드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대행사인 월드스포츠그룹(WSG)은 박지성을 VIP로 초청했습니다.

박지성의 스케줄은 생갭다 빡빡 합니다. 9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멜버른에서 벌어진 호주-쿠웨이트의 대회 개막전을 관전한 뒤 10일 캔버라로 이동, 한국-오만전과 13일 한국-쿠웨이트전까지 지켜보는 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마터면 오만전에 늦을 뻔했다고 합니다. 박지성은 아내인 김민지 전 SBS아나운서와 함께 멜버른에서 캔버라로 넘어오기 위해 비행기를 이용했는데요. 갑작스럽게 비행기가 연착되면서 멜버른 공항에서 꼼짝없이 대기해야 했답니다. 박지성만 발이 묶인 게 아니었더군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포함한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들도 초조한 마음으로 출발만을 기다렸다고 하네요. 우여곡절 끝에 캔버라에 도착한 박지성이 경기장에 도착한 시간은 경기 시작 5분 전이었습니다. 아슬아슬하게 경기 시작 휘슬 소리를 들었던 거죠. 멜버른에서 캔버라까지 차를 몰고 온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는 경기장 매표소 앞에서 비를 맞으며 아들을 두 시간이나 기다렸다고 하네요. VIP 패스를 모두 박지성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입장을 못한 거죠.

캔버라에서 하룻밤을 보낸 박지성이 11일 향한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A대표팀 숙소였습니다. 선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였죠. 숙소엔 13명밖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오만전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이 캔버라의 맥컬러 스타디움으로 오후 훈련을 나갔기 때문인데요.

박지성은 휴식을 취하고 있던 선수들과 가벼운 인사와 담소를 나눈 뒤 돌아갔다고 합니다. 태극전사들에게는 큰 힘이 됐겠죠.

이제 박지성은 양지가 아닌 음지에서 한국 축구를 돕는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지도자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한국 축구의 조력자로 살아가겠다는 것이 박지성의 생각인데요. 일부 축구인들은 박지성 이영표 등 스타 플레이어들이 지도자 자격증을 따지 않는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생에는 여러가지 길이 있죠. 무엇보다 본인이 원하는 삶이 분명 있기 마련인데요. 박지성은 향후 한국 축구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선 더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영국에 머물면서 어떤 공부를 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 중이랍니다. 박지성은 한국이 낳은 최고의 스타입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는 박지성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캔버라(호주)=스포츠2팀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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