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쿠젠 손흥민, A대표팀 성공적 이식 조건은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4-11-20 06:55


코스타리카전에서의 손흥민.
서울월드컵경기장=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10.14/

역시 손흥민(22·레버쿠젠)은 에이스였다. 손흥민은 18일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경기에서 맹활약했다. 왼쪽 측면으로 나섰지만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오른쪽과 중앙에서도 슈팅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골이 없었다. 결국 한국은 0대1로 졌다.

한국은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55년만의 우승을 노리고 있다. 아시안컵은 월드컵과 다르다. 출전 16개국 가운데 한국과 비슷한 전력을 갖춘 곳은 일본과 이란, 호주 정도 밖에 없다. 나머지 팀들은 모두 한 수 아래다. 대부분의 상대는 밀집 수비로 나설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밀집 수비 격파가 관건이다. 손흥민의 폭발적인 득점력은 필수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소속팀에서 17경기를 뛰었다. 10골-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분데스리가에서 4골, 유럽챔피언스리그(UCL)에서 5골, 독일축구협회(DFB)포칼에서 1골을 넣었다. 레버쿠젠에 있을 때의 이야기다. A대표팀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A매치 34경기에 나와 7골을 넣는데 그쳤다. 6월 22일 알제리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넣은 골이 마지막이다. 이후 6경기에서 골이 없다.

결국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려면 '레버쿠젠의 손흥민'이 있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후 4경기를 모든 선수들에 대한 실험을 마쳤다. 남은 것은 손흥민의 역량 극대화다. 그 방법은 무엇일까.


손흥민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공간

손흥민이 레버쿠젠에서 넣은 10골에 해답이 있다. 손흥민은 공간을 제대로 활용했다. 손흥민이 활용하는 그 첫번째 공간은 수비진 뒤쪽이다. 수비진 뒷공간으로 향하는 패스를 받아 마무리한다. 공간으로 치고가는 폭발적인 스피드, 문전 앞에서의 침착함이 빛났다. 10골 가운데 4골이 이런 패턴이다. 두번째 공간은 페널티지역 근처다. 패스를 받든, 개인기를 발휘하든 상대 수비수를 벗겨낸다. 그리고 슈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반박자 빠른 슈팅으로 골을 기록한다. 4골을 이렇게 넣었다.

A대표팀에서도 충분히 활용가능하다. 손흥민에게 공간만 만들어주면 된다. 이란전에서 가능성을 봤다. 손흥민은 공간이 생기면 지체없이 슈팅을 날렸다.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다만 아쉬움이 있었다. 대부분 손흥민 스스로 공간을 만들었다. 개인기에 의존하다보니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다. 후반 들어서 손흥민의 예리함이 떨어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동료


결국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은 동료들이다. 레버쿠젠에는 손흥민에게 좋은 패스를 찔러주는 동료들이 많다. 허리에는 하칸 찰하노글루와 라스 벤더가 있다. 찰하노글루와의 호흡은 환상적이다. 경기 내내 찰하노글루는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찔러준다. 라스 벤더는 측면을 향하는 선굵은 롱패스로 손흥민을 지원한다. 최전방에서 함께 뛰는 슈테판 키슬링과 카림 벨라라비도 손흥민의 든든한 조력자다. 키슬링은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다. 상대 수비수를 등진 상태로 볼을 잘 간수한다. 좌우 측면으로 들어가는 손흥민에게 패스를 찔러준다. 벨라라비는 측면에서 개인기로 수비진을 무너뜨린 뒤 손흥민에게 기회를 만들어준다.

A대표팀에도 이런 동료들이 필요하다. 벤더의 역할을 하는 선수는 있다. 기성용(25·스완지시티)이다. 기성용은 중장거리 패스로 손흥민에게 공간을 만들어준다. 벨라라비 역할도 있다. 이청용(26·볼턴)이다. 몸이 가벼운 이청용은 이란전 전반 초반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린 뒤 반대편에 있던 손흥민에게 감각적인 대각선 크로스를 올렸다. 비록 골이 되지는 않았지만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결국 문제는 섀도 스트라이커와 최전방 스트라이커다.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찰하노글루와 같은 섀도스트라이커가 필요하다. 찰하노글루는 빠르고 패스능력도 좋으며 개인기도 뛰어나다. 현재 A대표팀에서 가장 가까운 이는 남태희(23·레퀴야 SC)다. 남태희를 중용한다면 손흥민의 능력을 높일 수 있다. 구자철(25·마인츠)의 경우에는 예리함이 떨어진다. 이란전에서 구자철은 공격 전개 능력에 있어서 한계를 드러냈다. 키슬링같은 최전방 원톱은 마땅치 않다. 키슬링처럼 키가 클 필요는 없다. 대신 볼을 간수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패스를 찔러주어야 한다. 적임자가 없다.

수비

손흥민의 수비 부담 줄이기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시안컵은 수비보다 공격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손흥민은 공격이 좋다. 반면 수비는 좋지 않다.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상대한 팀들은 대부분 공격이 약하다. 이런 팀을 상대로 손흥민까지 수비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체력을 온전히 공격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물론 이 경우 손흥민의 뒤를 받칠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김창수(29·가시와)나 차두리(34·서울) 등 오른쪽 풀백 자원들을 적절하게 교체하며 손흥민을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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