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공격수 김은중(35)이 증명한 진리다. 그라운드를 휘젓던 날카로운 몸놀림은 사라졌다. 하지만 감각적인 위치 선정과 문전 앞에서의 킬러 본능은 여전했다.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쌓은 경험은 후배들에게 피와 살이 되는 교재였다. 기량보다 인품으로 더 사랑 받았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던 올 초, 2부리그로 강등된 친정팀 대전의 수줍은 제의를 외면하지 않았다. 어려운 길인 줄 알면서도 스스로 고민하고 결국 답을 찾았다. "대전은 내가 축구를 시작한 곳이다. 어려움에 처한 친정팀의 제의를 뿌리칠 수 없었다"는 그의 다짐은 대전팬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대전 경기가 열리는 날마다 관중석 한켠엔 '기억하다 기다리다 돌아오다'라는 문구와 '18번 김은중'의 초상이 새겨진 걸개가 걸렸다. 후반 교체로 짧은 시간 밟는 그라운드에도 팬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지난 8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35라운드. 김은중이 멀티골을 터뜨렸다. 우승 대관식을 앞두고 치러진 승부에서 단연 돋보였다. 시즌 마지막 홈 경기서 조진호 대전 감독은 전후반 90분을 김은중에게 헌사했다. 한 시즌 간 헌신한 레전드에 대한 예우였다. 후반 12분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터뜨린 김은중은 후반 43분 오른발슛으로 다시 골망을 가르면서 대전의 5대2 쾌승을 완성했다. 김은중이 멀티골을 터뜨린 것은 강원 시절이던 지난 2012년 4월 7일 이후 2년 7개월여 만이었다. 백의종군을 자처한 뒤 한 시즌 내내 팀의 맏형으로 강등 1시즌 만의 복귀를 이끈 김은중에겐 최고의 피날레였다. 이날도 기립박수는 김은중의 몫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2일 발표한 챌린지 35라운드 최우수선수로 김은중을 꼽았다. 프로연맹은 '이타적인 플레이로 패스에 중점을 두면서도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2득점을 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세월의 힘을 거스를 수는 없다. 그라운드에서의 열정은 여전하지만,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김은중은 16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안산과의 클래식 최종라운드를 앞두고 있다. '베테랑의 가치'를 입증한 김은중은 또 한번의 감동스토리를 준비하고 있다.